달러-원 환율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됨에 따라 급등세를 보였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이전 거래일 대비 18.70원이 상승한 1,384.30원에 마감했다. 이는 정규장 종가 기준으로 버금가는 수치로, 지난 5월 2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직전 거래일에 14.60원이 하락했던 달러-원 환율은 하루 만에 그 하락폭을 모두 반영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9.40원이 상승한 1,375.00원에서 거래를 시작했으며, 이후 상승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1,385.20원에 도달한 후 장중 어느 정도 횡보세를 보였다.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 소식이 환율 상승에 기여한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은 지난 21일 '미드나잇 해머'라는 작전명 하에 포르도, 나탄즈 및 이스파한의 이란 핵 시설을 공습했고, 이 과정에서 B-2 스텔스 폭격기와 초대형 폭탄인 GBU-57, 그리고 토마호크 미사일이 사용되었다.
이에 따라 이란은 러시아 등 우방국과의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검토 중이다. 이란 의회는 이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으며,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최종 결정만 남은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운송량의 약 25%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중요한 경로로, 이곳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며 이는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행동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안한 분위기에 휩싸였으며, 국제 유가와 안전 통화인 달러화는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아시아 거래에서 달러 인덱스는 99선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며 오름세를 지속했다.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가격은 1.5% 이상 상승하며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했다. 유가 상승과 위험 회피 심리 확산으로 인해 달러-원 환율은 장중 내내 상승 압력에 시달렸고, 결제 수요도 유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비해 고점에서는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이 상승세의 일부를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한편, 국내 증시는 장 초반 강한 하락세를 보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낙폭을 회복한 결과 코스피는 3,000선을 방어하며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달러-원 하락을 이끌었던 외국인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6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시장에서 이탈하는 흐름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의 변동성을 면밀히 관찰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중동 사태와 관련하여 정부는 관계 기관 합동으로 비상대책회의를 열며, 지나친 변동성에 즉각적이고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또한 지나치게 확대된 금융 및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필요할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시에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경제 상황, 특히 외환 및 금융 시장이 심각한 불안을 겪고 있다'면서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마련하고,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당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통화선물시장에서 달러선물을 500계약가량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기준환율을 하향 조정했으며, 달러-위안 거래 기준환율은 전장 대비 0.0015위안(0.02%) 상승한 7.1710위안에 고시됐다.
다음 거래일 전망에 대해 딜러들은 미국의 이란 폭격 이후 상황 전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섣부른 방향성 베팅을 삼가고 있다. 한 은행 딜러는 '이란의 반응이 정확히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섣불리 롱 베팅을 하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숏 베팅을 하더라도 향후 상황에 따라 예측이 어렵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더 극단적인 상황이 전개되거나 미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시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딜러는 '미국의 대응에 따라서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결정적'이라며 '전쟁이 심화된다면 환율이 더 변동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장중 동향으로는 달러-원 환율이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달러-원 1개월물이 오른 가운데, 전장 대비 9.40원이 높은 1,375.00원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 고점은 1,385.20원이었으며, 저점은 1,374.60원으로 나타났다. 시장 평균환율(MAR)은 1,381.90원으로 고시될 예정이다. 현물환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양사를 합쳐 133억4천900만달러로 기록되었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0.24% 하락한 3,014.47에, 코스닥은 0.85% 하락한 784.79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천67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였고, 코스닥에서도 78억원어치를 순매도하였다. 서울외환시장이 마감될 무렵 달러-엔 환율은 147.36엔,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938.55원이었으며, 유로-달러 환율은 1.15090달러, 달러 인덱스는 98.979를 기록했다.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7.1856위안으로, 위안-원 직거래 환율은 1위안당 192.36원에 마감했다. 저점은 191.45원, 고점은 192.68원이었으며, 거래량은 한국자금중개와 서울외국환중개를 합쳐 230억7천500만위안에 달했다.
✅ 주요 용어해설 1. 달러-원 환율: 미국 달러와 한국 원화 간의 환율 2. 지정학적 리스크: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군사적 불안정성이 경제에 미치는 위험 3. 호르무즈 해협: 세계적으로 중요한 에너지 운송 경로로,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