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시가 예상 외의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게 발표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은 빠르게 반등하며 견고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제 지표를 넘어, 미국 내 정치·재정·무역 환경 전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과 구조적 해석이 결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1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 1.6%에 그치며 전문가들의 기대치인 2.5%를 크게 하회했다. 표면적으로는 경기 둔화로 읽힐 수 있는 결과이지만,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가장 큰 부정적 요인은 순수출의 급격한 감소였는데, 이는 미국 기업들이 향후 관세 인상에 대비해 수입을 앞당긴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이다. 즉, 구조적 침체보다는 정책 변수에 따른 일시적 왜곡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소비와 민간 투자는 여전히 견고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민간 소비는 전년 대비 2.5% 증가하며 미국 경제의 탄탄한 내수를 반영했고, 설비투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내 소비 심리가 여전히 강하고, 기업들이 미래 수요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DP 수치가 발표되자 시장은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주가의 하락은 곧 반등세로 이어졌으며,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이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세계 경제의 중심임을 확인시키며, 시장 참여자들이 ‘궁극적으로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이벤추얼리 해결론(eventually resolution theory)’이라 부르며, 시장 저변에 깔린 신념 중 하나로 꼽는다.
한편, 이번 경제 지표와 증시 반응을 통해 다시금 조명된 것은 미국의 부채 문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양적 완화(QE) 정책과 초저금리 기조,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한 천문학적 재정 지출은 미국 정부의 부채를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의 총부채는 약 34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GDP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부채가 단기적인 정책 효과를 넘어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 국채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국인 국채 보유 비중도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특히 중국과 일본 같은 주요 보유국이 미국 국채를 점진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스티브 므누신 전 재무장관 등 일부 인사들이 제안한 국채 관련 아이디어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대표적인 예로 외국인 보유 미국 국채에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만기가 짧은 국채를 100년 만기 초장기 채권으로 강제 교환하는 ‘100년 국채 스와프’ 제안이 있다. 이는 미국 국채의 유동성과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월가 채권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안이 시행될 경우,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를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과 실물경제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전제는 갈수록 도전받고 있다. 무역 적자 구조는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지속적인 부채 누적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세계 최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미국의 부채 구조와 정치적 갈등을 이유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무역 정책 또한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무역 적자의 상당 부분을 중국 등 주요 교역국의 불공정 행위로 돌리며, 관세 부과를 통해 이를 교정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해왔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트럼프 시절 도입된 일부 대중 관세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세계 경제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는 양날의 검이다. 단기적으로는 자국 산업 보호와 무역 불균형 해소에 기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물가 인상과 글로벌 경제 협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직면한 공급망 리스크도 관세 정책에 따라 크게 변동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현재 미국 증시의 강세는 표면적인 지표나 일시적 정책 변수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그것은 강한 소비 기반과 기술 혁신, 그리고 ‘문제는 결국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만든 복합적인 결과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미국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 즉 과도한 부채와 신뢰 저하, 글로벌 리더십의 균열이 향후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암시한다.
향후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 그리고 주요 글로벌 투자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 복합적인 문제들을 조율해나갈지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지표보다 더 중요한, 구조적 변화의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시점이다.
🔹용어 해설 (주석)
GDP(국내총생산): 일정 기간 내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합산한 경제 지표.
관세(Tariff): 국가가 수입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무역 정책의 수단 중 하나.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미국은 다른 국가와 구별되는 독특한 역사적·정치적·경제적 조건을 갖고 있다는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