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의 전격적인 관세 인하 합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강한 호재로 작용하면서 뉴욕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 무역 긴장 완화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자극했고,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 이상 상승하는 폭발적인 랠리를 연출했다. 이와 함께 금리, 유가, 금값 등 주요 자산 시장에도 뚜렷한 반응이 나타나며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양국 간 고위급 협상, 115%포인트 수준의 대규모 관세 인하 합의
미국과 중국은 지난 주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무역 회담을 갖고 양국이 서로에게 부과했던 고율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2월부터 부과한 대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125% 중 91%를 전격 취소하고, 나머지 24%에 대해서는 90일간의 유예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중국 역시 이에 상응하여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한 보복 관세를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145%에서 30%로, 중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는 125%에서 10%로 각각 큰 폭으로 인하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양국 모두 공급망의 완전한 분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으며, 이는 글로벌 경제의 복원력 회복에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향후 몇 주 내로 더욱 광범위한 무역 합의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무역 긴장이 추가로 해소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 4.35% 급등…대형 테크 기업들 일제히 상승
무역 전선에서의 예상치 못한 진전에 투자자들은 일제히 리스크 자산으로 회귀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1,160.72포인트(2.81%) 오른 42,410.10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84.28포인트(3.26%) 오른 5,844.19에 마감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779.43포인트(4.35%) 급등한 18,708.34를 기록해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테슬라는 6.75% 상승하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약 600억 달러 증가했고, 반도체 업계의 대표주자인 엔비디아는 5.44% 오르며 주간 반등세를 이어갔다. 아마존(8.07%), 메타플랫폼(7.92%), 애플(6.31%) 등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기술주들도 나란히 6~8%에 이르는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한편 중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베스트바이(6.56%), 델 테크놀러지(7.83%) 등도 이번 관세 인하 수혜주로 부각됐다.
팔레오 레온의 존 프래빈 매니징 디렉터는 “이번 급등은 단순한 반등이라기보다는 시장 전반에 퍼졌던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나타난 안도 랠리”라며 “양국이 훨씬 더 합리적인 수준으로 관세 체계를 조정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에도 안정감이 돌아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변동성 지수 20선 붕괴…채권시장과 원자재시장도 즉각 반응
시장의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18.39를 기록, 전 거래일 대비 3.51포인트 급락하며 4월 초 이후 처음으로 20선 아래로 내려섰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 관세를 발표한 이후 지속되어온 불확실성이 급격히 해소되었음을 방증한다.
이와 함께 안전자산에 몰렸던 자금이 다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채권 금리와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금값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주요 자산군에서도 뚜렷한 자금 흐름 변화가 포착됐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이날 4.48%로, 지난 9일 대비 9bp(0.0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시카고선물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7월 29~30일 열릴 예정인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57%로 급등했다. 이는 불과 며칠 전인 9일의 40% 대비 급격히 오른 수치다.
국제유가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 선물은 배럴당 61.95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93센트(1.5%) 올랐으며,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도 배럴당 64.96달러로 1.05달러(1.6%) 상승했다. 반면, 위험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금값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3,225.28달러로 전일 대비 3% 하락했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금 선물은 온스당 3,228달러로 3.5% 하락 마감했다.
향후 전망…시장 회복세 지속될지 주목
이번 미중 간 관세 인하 합의는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의 반등을 이끈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지만, 향후 회복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남은 협상 과제와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 특히 베선트 재무장관이 언급한 ‘더 큰 합의’가 어떤 내용을 담을지, 그리고 미국 내 정치권과 중국의 대응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변수다.
시장 전문가들은 관세 인하가 공급망 회복과 인플레이션 완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여전히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의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랠리보다는 중장기적인 전략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용어해설
관세 인하: 국가 간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낮추는 조치로, 교역 활성화와 소비자 가격 안정화에 기여한다.
VIX (변동성지수): 투자자들의 시장 불안 심리를 반영하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 장기 금리의 지표로 사용되며,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전망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