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수십 년간 지켜온 재정 원칙을 깨고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고질적인 행정 절차 지연과 집행 역량 부족으로 실질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예산 집행률은 저조하며, 재원은 기존 예산 공백 메우기에 전용되는 등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가 재정 정책의 대전환을 선언하며 야심 차게 추진해 온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행정 병목 현상’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발목이 잡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습니다. 수십 년간 고수해 온 재정 원칙을 깨고 국방비에 대한 ‘채무 브레이크’ 예외를 적용하고 5천억 유로 규모의 인프라 특별기금(SVIK)을 공식화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쳤지만, 마련된 재원이 실물 경제로 흘러가는 과정이 행정 절차 지연으로 인해 더디게 진행되면서 경기 반등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독일 경기 반등의 골든타임은 올해보다 대내외 여건이 우호적이었던 2025년이었다”
KB증권 권희진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하며, 독일 메르츠 정부의 재정 정책 전환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특별기금(SVIK)과 기후중립 특별기금(KTF)의 2025년 실제 집행액이 당초 계획했던 529억 유로의 약 60% 수준인 314억 유로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방정부 배정 자금은 행정 협약 발효 지연으로 인해 지난해 말에서야 겨우 집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재정 집행의 질적인 측면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권 연구원은 “특별기금이 추가 투자를 유발하기보다 기존 예산의 공백을 메우는 데 전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언급하며, 독일 경제연구소(Ifo)의 분석을 인용해 인프라 특별기금을 명목으로 243억 유로를 차입했음에도 실제 투자 증가분은 13억 유로에 불과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 연도 | 계획 집행액 | 실제 집행액 | 집행률 (%) |
|---|---|---|---|
| 2025년 | 529 | 314 | 약 60 |
뿐만 아니라 최근 독일 제조업의 핵심 축이었던 방산 및 항공 업종마저도 행정 병목 현상의 늪에 빠진 모습입니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수락 검사 및 인증 기관의 처리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산된 물량이 제때 출하되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독일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대외 여건 역시 독일 경제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입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한 미-이란 전쟁 우려가 에너지 가격 상승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3월 독일 생산자물가(PPI) 상승률이 전월 대비 2.5%에 달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생산 비용 증가는 신규 투자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경기 회복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KB증권은 독일 연방의회가 조달 절차 가속화법 등을 통과시키며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올해 독일 성장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권 연구원은 “에너지 공급 충격과 금리 상방 압력이 겹치는 상황에서 재정 정책의 부양 효과는 당초 기대보다 제한적일 것”이라며 “적극적인 재정과 부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실행할 본질적인 집행력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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