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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경제신문

[서환-마감] 유가 쇼크에 1,500원 턱밑…17년만 최고치

천경선 기자 (latte1971@gmail.com)


[서환-마감] 유가 쇼크에 1,500원 턱밑…17년만 최고치

천경선 기자 (latte1971@gmail.com)




최초 작성일 : 2026-03-16 | 수정일 : 2026-03-16 | 조회수 : 991

- 원-달러 환율이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 폭등 영향으로 장중 1,500원을 돌파하며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외국인의 거센 주식 매도세와 중동발 공급 불안에 따른 유가 강세가 달러 수요를 자극했으나, 당국 경계감과 네고 물량이 상단을 방어했다.
- 시장 전문가들은 이란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변동성 확대에 따른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이 다시 한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500원 선을 위협받으며 요동쳤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오일 쇼크' 조짐을 보이자,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공포를 소환하며 17년 전 수준까지 치솟았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정규장 마감 기준 전 거래일 대비 3.80원 상승한 1,497.50원을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1,500원 선 돌파하며 공포 장세 연출…17년 만의 최고치 경신

이날 환율 흐름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간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상승세를 반영해 전장보다 7.30원이나 갭업한 1,501.00원에서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장 초반부터 1,500원 선을 돌파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정규장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490원 중후반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9년 3월 10일 이후 약 17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을 압박한 가장 큰 요인은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의 심화다. 미국이 중동 지역에 병력과 군사 자산을 집결시키며 물리적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이란 역시 세계 원유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예고하고 주변 산유국에 대한 타격 가능성을 시사하며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일촉즉발의 위기감은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강력한 매수세를 촉발했다.

국제유가 100달러 재돌파와 외국인 '셀 코리아'의 파상공세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구조상,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가격 급등은 원화 가치에 치명적인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아시아 거래 시간 중 WTI 4월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상향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율은 추가 상승 동력을 얻었다. 고유가는 국내 수입 업체의 달러 결제 수요(결제 물량)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국내 물가 상승 압력과 경상수지 악화 우려를 키워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로 이어졌다. 코스피 지수가 소폭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8,475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4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4,994억 원의 매도 폭탄이 쏟아졌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 치운 자금을 달러로 환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역송금 수요는 환율 상단을 강하게 밀어 올리는 주요 원인이 됐다.

당국 경계감과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구축한 1차 저항선

다만 환율이 1,500원 위에서 안착하는 것은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과 실물 시장의 공급 물량이 저지했다. 환율이 급격히 오르자 고점 매도를 노린 수출업체들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대거 유입되며 상단을 제한했다. 특히 유가가 일시적으로 100달러 아래로 다시 내려오며 숨 고르기에 들어가자 환율도 장중 한때 1,491.80원까지 저점을 낮추기도 했다.

당국의 움직임도 기민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한일 재무장관 회의 이후 "필요시 구두 개입을 할 수 있다"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가능성을 강하게 의식했다. 실제 장중 환율이 1,500원 선을 넘나들 때마다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출현하며 투기적 매수세를 억제하는 효과를 냈다. 외국인 역시 통화선물시장에서 1만 5천 계약가량의 달러 선물을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 속도 조절에 가담했다.

향후 전망: "상단 열려 있으나 변동성 극심한 눈치싸움 지속"

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이란 사태의 전개 방향에 따라 환율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환 딜러들 사이에서는 1,500원 선이 뚫린 상황에서 상단이 열려 있다는 분석과, 고점 인식에 따른 되돌림 가능성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 증권사 외환 딜러는 "역내 시장에서는 환율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유가 강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쉽게 하락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란 사태가 조금이라도 완화 조짐을 보이면 환율이 급락할 수 있어, 현재로서는 어느 한 방향으로 공격적인 포지션을 잡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발표를 앞둔 미국의 경제 지표로 향하고 있다. 이날 밤 예정된 미국의 2월 산업생산과 3월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 NAHB 주택시장지수 등은 달러 인덱스에 영향을 미쳐 다음 거래일의 환율 향방을 결정지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달러 인덱스는 100.340 수준에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위안화와 엔화 등 주요 아시아 통화의 약세 흐름 역시 원화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결국 1,500원이라는 상징적 수치를 앞에 두고 서울 외환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극심한 눈치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동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환율의 하방 경직성이 강화된 가운데, 뉴스 헤드라인에 따라 변동폭이 확대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 현물환 거래량은 양사 합계 116억 5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시장 평균환율(MAR)은 1,496.00원에 고시될 예정이다. 한편, 마감 무렵 달러-엔 환율은 159.272엔,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940.18원을 나타냈다. 위안-원 직거래 환율은 1위안당 216.6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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