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오는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최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측에 제안한 협상 재개 요청에 응답한 것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수차례 무산됐던 고위급 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X(구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는 목요일 푸틴을 튀르키예에서 기다릴 것'이라며 '이번에는 러시아 측이 더 이상 회피하거나 시간을 끌 명분을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며, 전면적인 휴전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던 과거 발언에서 한걸음 나아간 태도로 해석되고 있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 마침내 전쟁 종식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며, 전 세계는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 언급하며, 협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다만 그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첫걸음은 여전히 '휴전'이라고 강조하며, '단 하루라도 살상이 계속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 역시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며 X를 통해 관련 게시글을 공유했다. 그는 '진정한 지도자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하며, 어떤 상황이나 인물 뒤에 숨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회담 수용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분위기 전환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같은 날 본인이 운영하는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푸틴 대통령은 전면적인 휴전 협정 체결에는 미온적이지만, 15일 튀르키예에서 대학살 종식 여부를 협상하기 위해 회담을 제안했다'고 밝히며, '우크라이나는 이에 즉시 동의해야 하며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압박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이 사안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국제사회가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과의 직접 회담 의지를 밝히면서도 '우리는 내일(12일)부터 완전하고 지속적인 휴전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는 외교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그가 회담 자체에는 열려 있으나, 외교적 절차와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해 최소한의 군사행동 중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최근 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정상들이 키이우를 방문하여 러시아 측에 '12일부터 30일간의 조건 없는 휴전'을 요구한 사실도 주목된다. 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군사적 행동을 중단하고 외교의 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럽 전역의 안보와 국제질서 회복을 위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 제안에 즉각 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여전히 강경론과 협상 회의론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양국 정상이 실제로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된다면, 이는 지난 2019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르망디 형식 회담 이후 약 5년 5개월 만에 이뤄지는 정상 간 직접 대면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당시 회담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쟁 해결을 위한 시도였으며, 독일과 프랑스 정상도 참석한 바 있다.
이번 튀르키예 회담이 실현될 경우, 유럽 안보 질서에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 국제사회가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단순한 제스처를 넘어 실질적인 협상과 전쟁 종식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용어 해설:
튀르키예: 터키의 공식 국명으로, 최근 국제사회에서 'Turkey' 대신 'Türkiye'로의 명칭 변경이 추진되고 있음.
트루스소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창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 플랫폼.
노르망디 형식: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독일, 프랑스, 우크라이나, 러시아 4개국 정상 간 회담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