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1%를 기록하며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0%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국제 유가 하락 등 대외 여건 개선과 일부 농산물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은 결과지만, 축산물·수산물·개인서비스 분야의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기획재정부는 5월 2일 발표한 ‘2024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 대비 2.1%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3월과 동일한 수치로, 전체적인 물가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고 있는 양상이지만, 세부 품목에서의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품목별 동향: 농산물 하락에도 축산물·수산물 강세
세부 항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했으며 이는 지난달(0.9%) 대비 상승폭이 확대된 수치다. 이 중 농산물 가격은 -1.5% 하락하여 물가를 억제하는 역할을 했지만, 축산물(4.8% 상승)과 수산물(6.4% 상승)이 높은 오름세를 보이며 전체 농축수산물 지수를 끌어올렸다. 채소류는 -1.8%, 과일류는 -5.4% 하락하며 계절성과 공급 여건 개선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수산물은 어획량 감소와 수입 단가 상승 등의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가격 강세가 지속되었다. 축산물의 경우, 사료비 및 유통비용 상승이 원가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공업제품과 에너지: 국제 유가 하락이 변수
공업제품에서는 석유류 가격이 1.7% 하락했다. 이는 국제 유가가 최근 안정세를 보이며 하락한 영향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휘발유, 경유 등 주요 연료 가격이 내림세로 전환되면서, 서민층의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에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다만, 전체 공업제품 물가에서 석유류를 제외한 일부 품목은 여전히 원자재 가격 불안정성과 공급망 교란의 여파로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 가격 전반의 하방 압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서비스 물가: 개인서비스 중심으로 상승세 지속
서비스 부문에서는 개인서비스 가격이 전년 대비 3.3% 상승하며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외식비 상승이 두드러졌으며, 외식 외 서비스 항목인 이·미용, 교육, 문화 서비스 등도 고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건비 상승과 함께 내수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특히 자영업 중심의 개인서비스 분야는 공급 측면의 가격 전가가 상대적으로 용이하여 물가 상승 요인이 꾸준히 반영되는 구조다.
근원물가와 생활물가: 체감물가 부담 여전
소비자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전년 대비 2.1%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일시적인 변동 요인을 제외한 본질적인 물가 압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된 생활물가는 3월과 동일하게 2.4% 상승했다. 이는 서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신선식품지수는 -1.9% 하락했으며, 특히 채소류 가격 하락이 전체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다만, 여름철 기상 변화나 자연재해 발생 시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책 방향: 수급관리와 유통개선에 집중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국민 체감 물가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기상 여건, 국제 원자재 가격,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다변화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등 민생과 직결된 주요 품목의 수급 및 가격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비축물량 방출, 수입 확대,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도매-소매 유통단계에서의 불합리한 가격 인상이 소비자 가격에 과도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하며, 디지털 기반 유통정보 시스템을 확대해 가격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전략도 함께 추진 중이다.
향후 물가 정책의 핵심은 '정책 대응의 신속성'과 '소비자 신뢰 확보'에 있다. 정부는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물가 안정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민간, 지자체, 공공기관과의 협력체계를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 용어 해설
근원물가: 식료품과 에너지 등 계절성과 외부 충격에 민감한 품목을 제외한 지표로, 물가의 중장기 흐름을 나타냄.
생활물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매하는 주요 품목으로 구성된 소비자물가지수. 체감 물가를 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