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지난 주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한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양측이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간 첫 공식 고위급 대면 협상으로, 고조된 무역전쟁 수위를 낮추고 향후 경제협력의 새로운 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오후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부터 이틀간 이어진 중국과의 회담 결과에 대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은 제네바 외곽에 위치한 유엔 주재 스위스 대사 관저 내에서 철저한 보안 속에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며, 양측 대표단은 양국 간 주요 현안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벌였다.
협상에는 중국 측에서 허리펑 부총리를 비롯해 리청강 상무부 부부장, 리아오민 재정부 부부장, 왕샤오홍 공안부장 등 핵심 인사들이 참여해, 미국이 중점적으로 요구해온 펜타닐 원료 수출 규제 문제, 산업보조금 개혁, 지식재산권 보호, 대중국 무역적자 해소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미국 측 역시 자국 산업 보호와 노동시장 안정화, 통화정책 조율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회담은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내일(12일) 오전 발표될 공동 브리핑에서 세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관세 정책과 관련된 직접적인 합의가 있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지만, 논의의 성과는 분명히 긍정적이며 다음 단계의 협상을 위한 기초가 마련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리어 대표는 “이틀간의 협상이 매우 건설적이었으며, 특히 협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며 “양국의 입장 차이가 당초 우려보다는 작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직면한 연간 1조 2천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핵심 전환점으로 이번 협상을 평가하며, “중국이 보여준 유연한 태도는 매우 의미 있는 신호”라고 덧붙였다.
중국 대표단을 이끈 허리펑 부총리도 로이터 등 외신을 통해 “회담은 솔직하고 건설적이었다”며 “우리는 주요 쟁점들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미국의 무역장벽 완화 및 자국 기업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청했으며, 동시에 내수시장 개방 확대와 환경 기준 강화 등 상호 교역 확대를 위한 조건들도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은 양국이 지난 몇 년간 맞서온 고율 관세 정책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한 분기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에 대응해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125%의 보복관세를 매겼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연간 6천억 달러 규모의 양국 교역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놓였고, 글로벌 공급망 혼란과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 경기 둔화 우려가 심화됐다.
백악관은 이날 협상 종료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과의 무역합의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양측 공동 브리핑 전까지 공개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과의 회담은 매우 성공적이었다”며 “많은 주제에서 합의가 이뤄졌으며, 중국이 미국 기업에 문을 여는 전환점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협상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보다 관세를 높이긴 어렵다”며 “중국산 제품에 80%의 관세율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지만, 이번 협상 이후에는 관세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며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양국은 12일 오전(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협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향후 후속 협상 일정을 포함해 관세 조정 여부, 산업 협력 메커니즘, 디지털 무역 및 지식재산권 보호 등 구체적인 합의 사항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을 계기로 미중 양국은 무역 갈등을 완화하고 새로운 경제협력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용어 해설
고위급 무역협상: 두 나라 정부 간에 장관급 이상 인사들이 직접 참여하여 경제적 분쟁 및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공식 회담.
펜타닐 원료 문제: 합성 마약 성분인 펜타닐의 원료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문제로, 양국 간 법 집행 및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사안.
무역적자: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상태로, 미국은 오랫동안 중국과의 무역에서 큰 적자를 기록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