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3월 경상수지가 91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이번 수치는 지난해 동월(69억9000만달러) 및 전월(71억8000만달러) 대비 모두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수출 회복세가 뚜렷하게 반영된 결과다. 이로써 한국 경제는 지속적인 무역흑자 기반 위에서 점진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부 항목별로는 상품수지가 84억9000만달러 흑자로 나타나 전월(81억8000만달러)보다 소폭 확대됐다. 이는 수출 증가에 따른 결과로 풀이되며, 원자재 가격 변동과 글로벌 수요 회복세가 맞물려 긍정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수출은 593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2%, 전월 대비로는 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은 특히 반도체가 한 달 만에 플러스로 전환된 점과 컴퓨터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정보기술(IT) 품목이 상품수지 흑자 확대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이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출 품목 중에서는 컴퓨터 주변기기가 31.7%, 의약품 17.6%, 반도체 11.6%, 승용차 2.0% 각각 증가했다. 이들 품목은 모두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한국의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반면 석유제품(-28.2%)과 철강제품(-4.9%)은 감소했는데, 이는 국제 유가 하락 및 글로벌 철강 수요 둔화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수출 대상국별로는 동남아시아(11.0%)와 미국(2.3%)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지속됐고, 유럽연합(EU, 9.8%)과 일본(1.9%)도 반등했다. 이러한 지역 다변화는 한국 수출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다만, 중국으로의 수출은 4.2% 감소해 대중국 의존도 완화와 수출 포트폴리오 전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2.3% 증가한 508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스 도입 물량 증가와 자본재, 소비재 수입 확대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는 국내 산업계의 생산 확대 기대감과 민간 소비 회복세가 수입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품목별로는 석탄(-34.6%), 석유제품(-15.1%), 화공품(-12.8%) 등 원자재 수입은 감소한 반면, 반도체 제조 장비(85.1%)와 반도체(10.6%) 등 자본재 수입은 14.1% 증가했다. 이는 설비투자 확대와 관련이 깊으며, 향후 국내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승용차(8.8%) 및 비내구 소비재(3.8%)를 포함한 소비재 수입은 7.1% 증가했는데, 이는 국내 소비자 수요 회복을 시사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서비스 수지는 22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는 전월(32억1000만달러) 및 전년 동월(27억4000만달러)에 비해 적자 폭이 줄어든 수치다. 이는 운송 서비스 수입의 회복과 함께 여행수지 개선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행수지는 겨울방학 종료와 봄 외국인 방문 증가에 따라 적자 규모가 7억2000만달러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전월의 14억5000만달러 적자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특히 최근 아시아 및 유럽 관광객 유입이 늘어나며 관광산업 회복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향후 서비스 수지의 추가 개선 가능성도 열려 있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정책과 국내 관광 인프라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수출 호조와 특정 IT 품목의 회복세가 전반적인 경상수지 흑자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경기 회복 및 수출 품목 다변화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입 확대 역시 국내 경제 회복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내수와 수출이 조화를 이루는 경제 구조로 전환이 이뤄지는 과정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용어해설
경상수지: 한 나라의 대외 경제 거래를 나타내는 지표로,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입, 소득, 이전소득을 포함한 수지를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