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가입자식별모듈(USIM) 정보 유출 사태로 초유의 위기에 빠졌다. 이번 사고로 인해 고객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최대 50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최대 7조원의 수익 손실이 예고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8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이 같은 심각한 상황을 직접 밝혔다.
유 대표는 “위약금을 면제하지 않더라도 약 250만명의 고객 이탈이 예상된다”며, “현재까지 약 25만명의 고객이 해킹 이후 회사를 떠났다”고 밝혔다. 위약금을 면제할 경우 최대 500만명이 이탈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총 손실은 7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 SK텔레콤의 내부 추정이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가정이나 추정치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SK텔레콤은 고객의 이동 패턴, 해지율 증가 추이, 해킹 이후 고객센터 문의 급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러한 예측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해킹 사고가 단기적인 수익 손실을 넘어 브랜드 가치와 시장 신뢰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객의 중요한 식별 정보가 유출된 만큼, 이는 단순한 해킹 사건이 아니라 기업의 정보보호 체계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SK텔레콤의 책임이 매우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전에 충분한 보안 강화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해킹 이후에도 고객 이탈에 대한 대책이 미비했던 점은 기업 경영진의 중대한 과실로 평가된다.
일부 통신업계 관계자는 “고객 데이터 보호는 통신사의 존재 이유와 직결된 사안”이라며, “이번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기업 경영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SK텔레콤이 국내 대표 통신사업자이자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파장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유 대표는 “고객 보호를 위해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유도, 비정상 인증 시도 차단 등의 조치를 시행해 왔다”며, 향후 '고객신뢰회복위원회' 설치와 같은 추가 대응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조치는 사태 발생 이후의 사후 수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해킹 공격에 대한 탐지 및 대응 시스템이 미흡했고, 고객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호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 미스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보보호 예산 축소, 외주화된 보안 시스템 운영, 취약점 사전 점검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최대 관심사인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 유 대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권 해석과 이사회, 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읽히는 상황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역시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한 결론을 유보하며 정부 또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유심 해킹 사태는 단순한 기술 사고를 넘어, 고객 정보 관리 부실로 인해 기업 신뢰와 수익성에 심대한 타격을 입힌 사건이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인식하고, 고객에 대한 실질적 보상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통신산업은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산업이다. 고객의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업자는 장기적으로 존립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SK텔레콤뿐 아니라 모든 통신사가 데이터 보안과 고객 신뢰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사후 대응에만 머무르지 않고, 선제적 보안 투자와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시점이다.
용어 해설
USIM (가입자식별모듈): 휴대전화 사용자의 가입자 정보를 저장하는 스마트카드 형태의 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