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하면서, 올해 들어 세 번째 연속 동결을 단행했다. 이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총 1%포인트 금리를 인하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로, 불확실성 증가 국면에서 금리 정책의 방향성을 보다 신중하게 설정하려는 연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고수하는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져온 강경한 관세 정책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파월 의장은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단기적 경기 흐름보다 장기적 안정성 확보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방침을 재차 천명했다. 특히, 무역 정책의 향방이 여전히 가늠되지 않는 가운데, 섣부른 금리 조정은 정책 신뢰도 하락과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내재되어 있다.
실제로 연준은 이번 성명서에서 “순수출의 급격한 변동이 경제 데이터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며, 1분기에는 관세 부과에 대비한 수입 증가가 두드러졌고, 2분기에는 반대로 수입이 급감하는 흐름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무역 흐름의 급격한 변화는 기업의 투자 계획과 소비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연준은 이에 따른 실물경제의 변동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은 최근 발표된 고용, 소비, 생산 등 주요 거시지표가 여전히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러한 지표들이 향후 관세 충격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전반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무역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고용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긴장이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성명서에서 주목할 부분은, “더 높은 실업과 더 높은 인플레이션의 리스크가 확대되었다고 평가한다”는 문구가 처음으로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즉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사이에서 정책 우선순위를 설정해왔으며, 파월 의장은 이번 회견에서도 “양자 간 긴장이 발생할 경우 더 심각한 리스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정책 기조가 코로나 팬데믹 당시 물가안정을 우선시했던 사례와 유사하다고 덧붙이며, 향후 물가 급등 또는 고용 급감과 같은 비정상적 경제 현상이 발생할 경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제기되었던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며 연준의 독립성을 재확인했다. 그는 “어떤 대통령과도 먼저 만남을 요청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연준이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운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장기적인 정책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핵심이라는 기존 원칙에 근거한 발언이다.
마지막으로 파월 의장은 미국 재정상황에 대한 우려도 언급했다. 그는 “정부 부채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경로에 있다”며 의회가 이에 대해 조속히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금리 정책은 통화당국의 소관이지만, 재정정책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몫인 만큼, 재정지출 구조조정과 부채 감축을 위한 정책적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한국(2.75%)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로 유지된다. 이는 원화 약세,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한국은행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중앙은행들도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 지역 내 통화정책의 연동성 강화 및 자본 유출입 구조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용어 해설
기준금리: 중앙은행이 상업은행 간 단기 자금 거래에 적용하는 이자율로, 경제 전반의 금리 수준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
스태그플레이션: 경제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물가가 오르는 현상으로, 통화정책 대응이 복잡해지는 위험한 경제 상황.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미국 연준 내 통화정책 결정 기구로, 금리 조정과 유동성 관리 등의 정책 방향을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