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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경제신문

보이지 않지만 항일운동의 씨앗에 거름을 주신 선생님, 강건선

박성민 기자 (12kerren@gmail.com)


보이지 않지만 항일운동의 씨앗에 거름을 주신 선생님, 강건선

박성민 기자 (12kerren@gmail.com)




최초 작성일 : 2025-08-15 | 수정일 : 2025-08-15 | 조회수 : 43

리더십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힘을 먼저 떠올린다. 명령할 권력, 움직일 자금, 지휘할 병력. 그러나 역사를 들여다보면, 어떤 리더십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발휘된다. 백 마디의 명령보다 한 권의 책, 한 번의 제례, 하나의 전통이 더 강하게 사람을 모으는 경우다. 강건선이 궐리사에서 보여준 리더십이 그러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유교 전통은 동화 정책 속에서 급속히 해체되고 있었다. 교육은 왜곡됐고, 제례는 형식만 남았으며, 유림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궐리사 9대 도유사로 부임한 강건선은 무력을 쥐지 않았다. 대신 제례를 올렸고, 문집을 만들었으며, 유학의 가르침을 이어갔다. 겉으로는 조용한 일상이었지만, 이는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콘텐츠 생산’이었다.

그가 운영한 궐리사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유교적 가치와 지역 공동체 정신을 보존하는 ‘정신의 서버’였고, 강건선은 그 서버의 관리자였다. 매해 올리는 제례는 그 시대의 뉴스였고, 전통 교육은 미래를 위한 데이터 저장이었다. 이 꾸준한 축적이야말로, 무력으로는 얻을 수 없는 장기적인 영향력이었다.

지역 유림은 그에게서 힘을 보지 않았다. 대신 함께 지켜야 할 이야기를 보았다. 궐리사의 기둥 사이사이에 스며든 예(禮)와 글이, 각자의 마음 속에 자리 잡았다. 강건선이 만든 리더십은 ‘콘텐츠’ 그 자체였다. 전통을 지키는 행위가 곧 항일이 되었고, 그것이 지역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끈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힘의 리더십을 쉽게 떠올린다. 그러나 강건선의 사례는 묻는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과연 힘인가, 아니면 그들이 공유하고 싶어 하는 무언가의 ‘내용’인가. 궐리사에 울려 퍼졌던 제례의 목소리와 낡은 문집 속 활자는, 세기를 넘어 그 답을 조용히 전하고 있다.

Tags  #전문인터뷰&인물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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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기자

(12kerr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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