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요 지수가 이틀 연속 급락하며 시장 전반에 공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핵 시설과 제철소 등 국가 기간 시설이 폭격을 당했다는 소식과 함께 미군 지상군이 이란 본토에 상륙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시장은 사실상 '패닉 셀링'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특히 주말을 앞두고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비우는 데 집중하면서 낙폭은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다우·나스닥 동반 '조정 국면' 진입…시장 심리 급속 냉각
현지시간 27일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개장 초반부터 매도세가 몰리며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93.47포인트(1.73%) 급락한 45,166.64로 장을 마쳤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08.31포인트(1.67%) 밀린 6,368.85를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459.72포인트(2.15%) 폭락한 20,948.36에 마감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지수들의 기술적 지지선이 무너졌다는 사실입니다. 전날 나스닥이 먼저 조정 국면에 들어선 데 이어, 이날 다우 지수마저 직전 최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는 조정 국면에 공식 진입했습니다. 이미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 지수가 조정 국면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S&P500 지수 역시 고점 대비 낙폭이 9%까지 확대되며 조정 국면 진입을 코앞에 두게 됐습니다. 이는 단순한 하락장을 넘어 시장의 추세 자체가 꺾였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됩니다.
이란 기반 시설 폭격과 '지상군 상륙' 공포가 투매 유도
이번 폭락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의 통제 불능 상태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군이 이란의 경제적 근간인 제철 시설은 물론, 민감한 핵 시설까지 공습했다는 소식은 시장에 가공할 충격을 주었습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이란 최대 철강 공장 두 곳과 발전소, 민간 핵시설 등 주요 기반 시설이 공격받았다"며 "이스라엘의 범죄는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력히 성토했습니다.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은 미 지상군의 투입 가능성입니다. 주말 사이 이란의 전략적 요충지인 하르그섬에 미군이 상륙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미국 국방부가 1만 명 규모의 지상군을 중동에 증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프라스트럭처캐피털어드바이저의 제이 해트필드 설립자는 "투자자들은 이제 막연한 협상 가능성보다는 갈등이 실제로 종료되는 실체를 보고 싶어 한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질수록 시장의 공포는 극에 달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빅테크의 몰락과 에너지주의 독주…양극화된 시장 구조
업종별로는 명암이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임의소비재 섹터가 3% 넘게 급락하며 하락을 주도했고, 금융, 통신서비스, 기술 업종도 2%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시가총액 1조 달러 이상의 '매그니피센트 7' 기업들이 일제히 무너졌습니다. 메타와 아마존은 각각 4%대 급락세를 보였으며,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들이 2%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가 흐름입니다. MS는 이번 분기에만 주가가 25% 이상 폭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08년 4분기 이후 최악의 분기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고평가되었던 기술주들에 대한 거품론과 지정학적 위기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반면, 전쟁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에너지 섹터는 홀로 고공행진 중입니다. 국제 유가가 연일 급등하면서 에너지 업종 지수는 1.87% 상승했고, 셰브런(1.62%)과 엑손모빌(3.36%) 등 대형 에너지 기업들은 시장의 하락 압력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필수소비재 역시 0.78% 오르며 경기 방어적인 성격을 드러냈습니다.
안갯속 종전 협상과 요동치는 통화정책 기대감
물밑에서는 외교적 해결을 위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은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종전 협상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는 "이번 주 중 이란과의 회담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고, 백악관 역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이러한 발언들을 단순한 '립서비스'로 치부하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정전 합의가 도출되기 전까지는 위험 회피 심리를 되돌리기 역부족이라는 평가입니다.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기준금리 25bp 인상 확률은 직전 거래일 35.1%에서 22.7%로 뚝 떨어졌습니다. 반면 금리 동결 확률은 71.8%까지 치솟았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와 전쟁 리스크가 동시에 덮치면서 연준이 긴축 가속페달을 밟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는 전날보다 13.16% 급등한 31.05를 기록하며 30선을 돌파, 투자자들의 극심한 불안감을 대변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