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분쟁 심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하락, 그리고 기대 인플레이션 상향 조정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며 채권 가격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2년물 금리는 일중 고점 대비 크게 하락했으나, 30년물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5.0% 선을 위협하며 장기 인플레 위협을 반영했다.
미국 뉴욕 채권시장이 단기물과 장기물의 향방이 엇갈리는 '트위스트' 국면을 맞이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그간의 약세에 따른 강력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당 폭 하락한 반면,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을 반영하는 30년물 금리는 5% 선을 목전에 두는 등 장단기 금리 차가 확대되는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 현상이 뚜렷해졌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위축된 소비자 심리 지표가 시장의 시각을 복잡하게 꼬아놓은 결과다.
2년물 저가 매수세 유입 vs 30년물 5%대 '노크'
현지시간 27일 뉴욕 채권시장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40bp 상승한 4.4390%를 기록했다. 시장의 이목이 쏠린 지점은 단기물과 초장기물의 극명한 대비였다. 통화정책의 가늠자인 2년물 금리는 3.9160%로 6.60bp나 하락했다. 유럽 거래 시간대 한때 4.0330%까지 치솟으며 고점을 찍었으나, 뉴욕 장 진입 이후 대규모 국채선물 블록딜이 체결되는 등 강력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하향 곡선을 그렸다.
반면 만기가 가장 긴 30년물 금리는 4.9820%로 4.70bp 상승하며 장 중 한때 4.9990%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심리적 마지노선인 5.0% 선을 터치한 셈이다. 이로 인해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이는 전 거래일 43.30bp에서 52.30bp로 확대되며 지난 17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더 크게 오르거나 단기물이 더 크게 하락하면서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는 현상은 시장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란 분쟁과 유가 급등, 인플레이션 공포 재점화
이날 시장의 분위기를 지배한 핵심 변수는 중동의 긴장감이었다. 이란과 분쟁이 격화되면서 브렌트유 5월물은 전장 대비 4.22% 폭등한 배럴당 112.57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이란 전쟁 개시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불안이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우려를 키웠다. 중국 국영 코스코(COSCO) 소속 컨테이너선 2척이 해협 통과를 시도하다 회항했다는 소식은 공급망 차질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켰다.
SEI인베스트먼트의 션 심코 채권 포트폴리오 헤드는 "투자자들의 심리 기저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며 "이란과의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곧 채권 수익률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즉, 원유 공급 차질이 만성화될 경우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장기물 금리의 상방 압력을 계속해서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소비심리 위축 속 기대 인플레이션은 '상향'
미국의 실물 경제 지표도 시장에 경고등을 켰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는 53.3으로 집계되어 예비치(55.5)를 하회했다. 이는 작년 12월 이후 최저치이자 시장 예상치였던 54.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가계의 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향후 물가 전망이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8%로 예비치보다 0.4%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5~10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3.2%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휘발유 가격 급등이 가계의 직접적인 체감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향후 인플레이션 통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공포가 반영된 수치다. 브리언캐피털의 존 라이딩 수석 경제고문은 "4월 예비치에서는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4%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며 "연준 위원들 대다수는 이를 추가 금리 인상보다는 금리 동결의 명분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연준의 선택은 '동결'로 기울어…시장은 연내 인하 기대 축소
지표의 변화에 따라 금리 선물 시장의 예측도 급격히 변동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연준이 오는 12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74.2%로 반영했다. 주목할 점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전장 40% 중후반대에서 20% 초반대로 급락했다는 점이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2.8% 수준에 머물렀다.
종합해보면 시장은 현재의 고물가 상황이 금리 인하를 가로막고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소비심리 위축)로 인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환경에서 단기물은 이미 가격이 충분히 떨어졌다는 인식에 매수세가 유입됐으나, 장기물은 인플레이션의 장기적 불확실성 때문에 5% 선을 위협하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 채권시장의 이 같은 혼조세는 당분간 국제 유가 흐름과 중동 정세에 연동되며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