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에너지 시설 타격으로 이란이 '레드라인' 돌파를 선언하며 보복을 예고해 글로벌 경제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가운데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뉴욕증시가 지정학적 리스크의 급격한 확산과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우려라는 '쌍둥이 악재'를 만나며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현지시간 1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68.11포인트(1.63%) 급락한 46,225.15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91.39포인트(1.36%) 떨어진 6,624.70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27.11포인트(1.46%) 하락한 22,152.42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장은 개장 전부터 들려온 중동발 전운과 오후에 이어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강경한 발언에 시종일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중동 분쟁의 질적 변화, 이란 에너지 인프라 피격에 '전면전' 공포
이날 시장을 가장 강하게 압박한 요인은 중동 분쟁의 양상이 '제한적 충돌'에서 '에너지 전쟁'으로 변모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심 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 지역을 폭격했다는 소식은 시장에 큰 충격을 던졌다. 이는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이란 본토의 에너지 인프라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에너지 가격 자극과 향후 재건 비용 등을 고려해 기피했던 '에너지 시설 타격'이 현실화된 것이다.
미국 측은 해당 가스전을 직접 폭격한 주체가 자신들이 아니라고 해명하며 수위 조절에 나섰으나, 이란의 반응은 냉혹했다.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는 즉각 성명을 통해 "적의 미사일이 아살루예 가스처리 시설을 타격함으로써 전쟁의 추는 사실상 전면적인 경제전으로 넘어갔다"고 선언하며, 오늘 밤을 기점으로 '레드라인'이 변경되었음을 명시했다. 특히 IRGC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주변국의 주요 에너지 시설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해 원유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비상등을 켰다. 안슐 샤르마 새비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경제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연준이 물가와 경기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변신'... 금리 인상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은 시장의 마지막 희망마저 꺾어버렸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예상보다 훨씬 강경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어조를 견지했다. 가장 큰 충격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향후 통화 정책 행보에 금리 인상이 논의되었느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다음 조치가 인상일 수도 있는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우리는 어떤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변해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파월 의장은 FOMC 내부 위원들의 의견 변화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일부 위원들이 기존의 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추가 긴축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라이언 데트릭 카슨그룹 수석 시장 전략가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전개"라며 "중동 전쟁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결합되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7%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0.3%)를 두 배 이상 웃돌아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뜨겁다는 점을 증명했다.
전 업종 하락 압력... 소비재·기술주·우량주 가리지 않은 매도세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의 하방 압력은 전 업종에 걸쳐 골고루 나타났다. 특히 다우지수가 주요 지수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고유가와 금리 인상 우려가 실물 경제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공포를 반영한다. 임의소비재와 소재, 필수소비재 업종은 모두 2%가 넘는 급락세를 보였다. 프록터앤드갬블(P&G), 홈디포, 월마트, 맥도널드 등 대표적인 우량주들이 3% 안팎의 하락세를 기록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시가총액 1조 달러 이상의 거대 기술기업(Big Tech)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마존이 2% 이상 밀려나는 등 대형 기술주들에 대한 매도세가 이어졌으며, 반도체 대장주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시장 침체 분위기에 가로막혀 시간 외 거래에서 약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한편, 시장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 대비 12.16% 급등한 25.09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짙어진 불확실성, 페드워치 '금리 동결' 전망 압도적
이번 사태로 인해 시장의 금리 전망도 재조정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 시장은 오는 6월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을 89%로 매우 높게 반영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극소수이긴 하지만 6월까지 금리가 오히려 인상될 확률도 3.8%가량 포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데이터의 역주행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금리 인하'라는 낙관적 시나리오는 당분간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동의 보복 공격 여부와 국제 유가의 향방이 향후 뉴욕증시의 단기 저점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