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과 밀접한 관계인 중국 국영 선박마저 이란 혁명수비대의 경고로 회항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대한 공포가 극도로 확산하고 있다.
- 이스라엘의 이란 핵심 인프라 타격 등 중동 전면전 양상이 짙어지는 가운데, 분쟁 장기화 시 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으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이란의 우방으로 분류되던 중국의 선박마저 통행이 차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제 원유 공급망의 동맥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심리적 요인을 넘어 실질적인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경우 유가 100달러 시대가 재도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WTI 5.5% 폭등… 3년 8개월 만에 최고치 경신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5.16달러(5.46%) 급등한 배럴당 99.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7월 이후 약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 한때 유가는 100달러 선을 위협하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날 유가 폭등의 도화선이 된 것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물리적 통행 차단 소식이었다.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단순한 긴장 고조를 넘어 실제 선박의 회항이 확인되면서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가가 단 하루 만에 5% 이상 치솟은 것은 공급망 차질이 가시화되었다는 시장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선박마저 가로막은 이란… "예외 없는 봉쇄" 선언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중국 선박의 회항이다. 선박 추적 서비스인 마린 트래픽과 이란의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영 해운사인 코스코(COSCO) 소속 컨테이너선 2척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다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경고를 받고 뱃머리를 돌렸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자 외교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선박이 제지당한 것은 이란의 봉쇄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서로 다른 국적의 컨테이너선 3척이 지정된 항로로 진입하려 했으나 우리 해군의 경고에 회항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란 측은 이번 조치의 명분으로 '적대 세력 지원 차단'을 내걸었다. IRGC는 "이스라엘(시온주의자)과 미국의 동맹국 및 지지자들의 항구를 오가는 모든 선박의 이동을 금지한다"고 천명했다. 실제로 회항한 중국 선박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은 이들 국가가 미국을 지원하고 있다고 간주하고, 목적지와 상관없이 이들 항구를 이용하는 모든 선박을 잠재적 타격 및 차단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및 제철소 타격… 전면전 양상
물리적 충돌 역시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의 공방은 이제 핵심 인프라를 직접 겨냥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지속적인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고 있으며, 이에 이스라엘은 이란의 경제 및 군사적 근간을 파괴하는 대대적인 보복에 나섰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핵 관련 시설과 주요 제철소를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 시설 공격을 넘어 상대국의 전쟁 수행 능력과 경제 시스템을 마비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생산 시설이나 수출 터미널까지 공격 범위를 넓힐 경우 유가 상승폭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공포가 아닌 현실… 유가 200달러 시나리오 등장"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유가 상승이 단기적인 소동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립 노바의 애널리스트 프리얀카 사치데바는 "현재 유가는 단순한 뉴스 헤드라인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지속성이라는 실질적인 변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며 "석유 인프라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거나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시장은 순식간에 가격을 재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권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는 보고서를 통해 "전쟁이 조기에 진정된다면 유가는 반락하겠지만, 여전히 분쟁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맥쿼리는 "만약 이번 분쟁이 6월 말까지 지속될 경우, 공급 부족 가속화로 인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0-50대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이번 유가 급등은 경영 환경 전반에 걸친 강력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과 물류망 마비라는 이중고가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