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이란 에너지 시설 폭격 5일 유예 지시하며 "조기 합의 가능성" 시사…이란 측은 "가짜 뉴스"라며 전면 부인
- 전쟁 조기 종식 기대에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되며 금리 동결 확률 상승, 테슬라·브로드컴 등 대형 기술주 강세 주도
뉴욕증시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완화 기대감과 저가 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동반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당초 계획했던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전격 유예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확산됐다. 비록 이란 정부가 미국의 협상 주장을 공식 부인하며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트럼프 "이란과 생산적 대화"…폭격 시한 5일 전격 연장
2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31.00포인트(1.38%) 급등한 46,208.47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일 대비 74.52포인트(1.15% ) 오른 6,581.00을 기록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99.15포인트(1.38%) 상승한 21,946.76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시장을 움직인 핵심 동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이란 측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일부 핵심 쟁점에서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국방부에 지시해 이란의 발전소 및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폭격 계획을 5일간 보류하도록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는 48시간의 최후통첩을 날린 바 있다. 시한이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군사 행동 대신 '협상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은 5일 이내에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며 "이란은 현재 매우 합의를 원하고 있는 상태이며, 실제 합의는 5일보다 더 빠르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하며 낙관론을 전파했다. 이러한 발언은 국제 유가 급등과 공급망 붕괴를 우려하던 시장에 단비 역할을 했다.
이란 "협상 없었다" 반박…시장은 '셀프 타코' 행보에 무게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상반된 소식이 이란 현지에서 전해지며 장중 변동성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관영 언론을 통해 "우방국들로부터 미국의 회담 요청 메시지를 전달받은 적은 있으나, 이란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 의회 대변인 역시 "트럼프가 합의점을 찾았다고 말하는 것은 원유 시장을 조작하기 위한 '가짜 뉴스'에 불과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자 시장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인 '셀프 타코(TACO·Trump Always Cops Out)' 행보가 다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셀프 타코'란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발언으로 위기를 조성한 뒤, 결정적인 순간에 꽁무니를 빼며 상황을 반전시키는 패턴을 비꼬는 용어다. 실제로 이란 측의 공식 반박이 전해지자 가파르게 상승하던 지수는 상승 폭을 한때 절반 수준으로 반납하기도 했으나, 결론적으로 무력 충돌이 유예되었다는 실질적 결과에 안도하는 매수세가 우위를 점했다.
업종별 고른 상승세…테슬라·브로드컴 등 대형 기술주 질주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11개 전 업종이 상승세를 기록하며 전반적인 투자 심리 회복을 증명했다. 특히 경기 회복 기대감에 임의소비재 섹터가 2.46% 급등하며 상승 랠리를 주도했다. 유틸리티, 기술, 에너지, 산업 섹터 역시 각각 1% 이상의 견조한 오름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1조 달러 이상의 거대 기술기업(Big Tech)들도 일제히 웃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주인 브로드컴과 전기차 대표주인 테슬라는 각각 4% 안팎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전문가들은 전쟁 리스크로 인해 과도하게 억눌려 있던 성장주들이 협상 기대감을 계기로 강력한 숏커버링(공매도 잔고 청산를 위한 매수)과 저가 매수세를 끌어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금리 동결 확률 73%로 껑충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는 거시경제 지표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란과의 분쟁이 조기에 종결될 경우 원유 공급 불안이 해소되고, 이는 유가 하락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오는 12월 기준금리가 25bp(1bp=0.01%p) 인상될 확률은 직전 거래일 25.4%에서 큰 변동을 보였으며, 반대로 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64.0%에서 73.0%로 대폭 상승했다. 시장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 또한 전장보다 2.35% 하락한 26.15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되찾기 시작했다.
전문가들 "구조적 손상 여전…낙관론 경계해야"
시장 전반에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 전략가는 "현재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주 내에 모든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근본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설령 이란과 이스라엘, 걸프 지역 국가들이 정치적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이미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정제 시설에 발생한 물리적·구조적 손상은 여전히 시장의 불안 요소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포인트BFG웰스파트너스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공급망의 취약성을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글로벌 경제에서 필수 물자 공급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국제 유가가 사태 이전 수준인 배럴당 65달러 선으로 조기에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트럼프발 협상론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느냐가 향후 증시의 지속 상승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