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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경제신문

사라진 금리 인하 꿈…전쟁 장기화에 채권 시장 '비명'

천경선 기자 (latte1971@gmail.com)


사라진 금리 인하 꿈…전쟁 장기화에 채권 시장 '비명'

천경선 기자 (latte1971@gmail.com)




최초 작성일 : 2026-03-21 | 수정일 : 2026-03-23 | 조회수 : 991


사라진 금리 인하 꿈…전쟁 장기화에 채권 시장 '비명'
- 뉴욕 채권시장에서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며 30년물 수익률이 '심리적 저항선'인 5% 돌파를 눈앞에 두는 등 베어 스티프닝 현상이 심화됐다. - 중동 지역의 전쟁 장기화 우려와 미 해병대 추가 파병 소식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며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중시켰다. - 시장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은 사실상 소멸했으며,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인하 베팅을 크게 앞지르며 긴축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뉴욕 채권시장이 전쟁의 공포와 인플레이션 재점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장기물 금리를 중심으로 폭락세를 연출했다. 미국 국채 가격이 일제히 하락(금리 상승)한 가운데, 특히 장기물 수익률이 가파르게 치솟으며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전날의 시장 반응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순한 단기 충격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가격에 장기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공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30년물 금리 5% 육박…장기물 중심 '베어 스티프닝' 심화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 일중 화면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오후 3시 기준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0.90bp 급등한 4.3910%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4.3940%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특히 시장의 이목은 만기가 가장 긴 30년물 국채금리에 쏠렸다. 30년물 금리는 이날 10.80bp 뛰어오른 4.9610%를 기록하며, 시장이 극도로 경계하는 '5% 레벨'에 바짝 다가섰다.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 역시 6.10bp 상승한 3.8940%를 기록했으나, 장기물의 상승 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이(스프레드)는 전 거래일 44.90bp에서 49.70bp로 확대됐다.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면서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베어 스티프닝은 통상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높아지거나 경기 전망이 불투명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채권 시장은 현재의 전쟁 상황이 고금리 환경을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와 유가 급등…'지상군 파병' 설설

이날 채권 금리를 끌어올린 결정적 도화선은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였다. 쿠웨이트 정유 시설이 이틀 연속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과 함께 미국 국방부(전쟁부)가 중동 지역으로 해병대를 추가 파병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10달러를 상회하며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공포를 자극했다. 유가 급등은 곧바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였고, 이는 채권 매도세로 이어졌다.

오후 장 들어서는 미국이 지상군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미국 CBS 방송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 당국자들이 이란에 지상군을 파병하기 위한 상세한 준비를 마쳤으며, 고위 군 지휘관들이 구체적인 요청 사항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 섬 점령 및 봉쇄 가능성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특히 그는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휴전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전쟁이 단기간에 종료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영·독 국채금리도 일제히 폭등…글로벌 채권 매도세 확산

미국 국채 시장의 약세는 뉴욕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의 국채 금리도 일제히 두 자릿수 오름폭을 기록하며 '글로벌 채권 매도(Sell-off)' 양상이 전개됐다. 영국 국채(길트) 10년물 수익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40% 선에 근접하자 선물 시장에서는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되며 저항을 시도했으나, 전반적인 매도 압력을 억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FHN파이낸셜의 윌 콤퍼놀 전략가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전쟁이 길어질수록 에너지 시장과 글로벌 공급망을 정상화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에너지 인프라를 파괴하는 데는 몇 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이를 재건하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는 점이 시장의 가장 큰 우려"라고 분석했다. 트루이스트웰스의 칩 휴이 채권 매니징 디렉터 역시 "이란과의 긴장 완화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은 특히 유럽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있으며, 이것이 글로벌 채권 시장에 파급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 '제로'…인상 베팅으로 무게추 이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의 통화정책 전망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한때 시장을 지배했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연말까지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64.4%로 반영했다. 주목할 점은 연내 금리가 25bp 이상 인상될 가능성이 20% 후반대까지 치솟았다는 점이다. 이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압도하는 수치다.

결국 시장은 연준(Fed)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거나, 필요할 경우 추가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장기물 국채금리의 상단은 열려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30년물 금리가 5%라는 역사적 임계점을 돌파할지, 그리고 이것이 뉴욕 증시와 글로벌 실물 경제에 어떤 연쇄 충격을 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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