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영국 잉글랜드은행(BOE) 내 매파 인사의 완화적 발언이 국채 매수 심리를 자극했으나, 미국 5년물 국채 입찰은 수요 부진을 면치 못했다.
3. 이란의 휴전 제안 거부와 수입 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20% 초반대까지 낮추며 관망세를 유지했다.
뉴욕 채권시장이 유럽발 훈풍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형성된 낙관론에 힘입어 전반적인 강세를 나타냈다. 미 국채 금리는 장단기물 전 구간에서 하락하며 가격 상승을 견인했으며, 특히 10년물 구간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중동 지역의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하려는 듯한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유럽 채권 수익률의 동반 하락이 미 국채 시장으로 전이되면서 금리 하방 압력을 가중시켰다.
유럽발 국채 강세, 뉴욕 시장 매수 심리 자극
이날 뉴욕 채권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유럽 국채 시장이었다. 영국의 길트(Gilt) 수익률이 전 구간에서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하며 급락하자, 뉴욕 시장의 금리도 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하락 출발했다.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 일중 화면에 따르면, 이날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6.30bp 낮아진 4.3270%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 역시 4.60bp 내린 3.8810%에 거래를 마쳤으며, 30년물 금리는 4.8970%로 4.20bp 하락했다.
영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장 대비 13.67bp나 급락한 4.7764%를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러한 급격한 금리 하락의 배경에는 잉글랜드은행(BOE) 내 매파 위원으로 분류되던 메건 그린의 태도 변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린 위원은 런던에서 열린 행사에서 지난주 통화정책회의 당시 "인상 쪽으로 기울지 않았다"고 밝히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는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 가능성이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비교했을 때 현재는 수요 측면의 하방 위험이 더 크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이러한 매파적 인사의 비둘기파적 발언은 시장에 즉각적인 안도감을 부여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란의 거부, 그러나 꺾이지 않는 낙관론
장 초반 하락세를 보이던 금리는 중동발 소식이 전해지며 잠시 낙폭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란이 미국의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이란 국영 매체들을 통해 보도되면서 지정학적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는 듯했다. 이란 당국자는 익명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건넨 제안이 과도하다"고 평가하며,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시점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란의 조건이 충족될 때 비로소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러한 이란의 강경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휴전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았다. 일시적인 낙폭 축소 이후 미 국채 금리는 다시 하향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이란의 발언을 협상 과정에서의 전략적 우위 점유를 위한 수사로 해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격에 선반영된 측면이 크고, 실제 충돌 규모가 억제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매수세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 물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
경제 지표 측면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할 만한 수치가 발표되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의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3% 급등하며 시장 예상치인 0.5%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2022년 3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하락의 우호적인 요인이었던 수입 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점은 시장에 작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브리언캐피털의 존 라이딩 수석 경제고문은 "이란 분쟁과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폐쇄 가능성이 3월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기 전, 수입 물가가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다시금 미 연준의 통화정책 행보를 제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채 시장이 강세를 보인 것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채권 시장에 더 강력한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채 입찰 부진과 연준 금리 경로의 변화
한편, 수급 측면에서는 경고등이 켜졌다. 이날 실시된 700억 달러 규모의 5년물 국채 입찰은 전날 2년물 입찰에 이어 수요 부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발행 수익률은 3.980%로 결정되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WI)를 1.4bp 상회한 수준이자 작년 7월 이후 최고치다. 특히 응찰률이 2.29배에 그치며 2022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은 향후 국채 공급 물량 소화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 시장에서의 금리 인상 기대감은 확연히 꺾였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기존 30%대에서 20% 초반대로 낮춰 잡았다. 연말까지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은 73.4%에 달했다. TD증권의 오스카 무뇨스 미국 수석 매크로 전략가는 "연준이 관망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국채 수익률의 상방을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시장은 공급 부담과 물가 상승 지표보다는 거시적인 경기 흐름과 정책 금리의 고점 도달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