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법 지연에도 불구하고 소급 적용 부칙을 근거로 출시가 확정됐으며, 투자 시기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 증권가는 RIA가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1,500원대를 위협하는 달러-원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을 일으켰던 이른바 '서학개미'의 거대한 자금이 다시 국내 자본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 정부와 금융투자업계가 공을 들여온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 Return Investment Account)'가 오는 23일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증시의 부진과 달러-원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 속에서 RIA가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비즈니스 리더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입법 지연 뚫고 23일 출시 강행… '소급 적용' 승부수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RIA의 세제 혜택 근거가 되는 이른바 '환율안정 3법'이 아직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품 출시는 예정대로 오는 23일 진행된다. 당초 입법 지연으로 인해 출시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정부와 업계는 '소급 적용'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관계 당국은 관련 법안에 세제 혜택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한 부칙을 근거로 일정 변동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증시의 수급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과 함께, 투자자들에게 신속하게 세제 혜택 통로를 열어주어 시장 안정화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법안 통과 전이라도 RIA 계좌를 개설하고 요건을 갖추면 향후 확정되는 세제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최대 100% 양도세 감면… 서학개미 자금 250조 원 겨냥
RIA의 핵심은 강력한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해외에 머물고 있는 자산을 국내로 유도하는 데 있다. 지원 대상은 지난해 12월 23일 이전부터 보유해 온 해외주식이다. 해당 주식을 매도한 뒤 RIA 계좌를 통해 국내 주식에 1년 이상 투자할 경우, 매도 금액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를 차등 감면해 주는 방식이다.
감면 혜택은 매도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오는 5월 말까지 해외주식을 매도해 국내로 복귀할 경우 양도세를 100% 전액 면제받을 수 있다. 이후 7월 말까지는 80%, 올해 연말까지는 50%의 혜택이 차등 적용된다. 일찍 움직일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조기 자금 환류를 유도한 점이 특징이다.
이달 기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유액은 약 1,703억 달러로, 한화로는 약 25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이는 코스피 유동 시가총액인 2,932조 원의 약 8.5%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이 중 일부만 국내로 유입되더라도 증시 하방 지지력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동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 "수급 체질 개선 및 변동성 완화의 전환점"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RIA가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단기 매매 중심의 수급 구조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권범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RIA와 같은 장기 투자형 신상품 출시는 국내 증시의 수급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라며 새로운 자금 유입 통로로서의 역할을 기대했다.
특히 '국내 주식 1년 이상 보유'라는 조건은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를 중장기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RIA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하방 지지력을 강화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며 "단기적인 수치적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국내 증시의 중장기 수급 기반을 재편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00원 선 위협하는 환율… '달러 공급' 소방수 역할 기대
RIA 출시가 증시 못지않게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도 지대하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500원 선을 돌파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해외 주식 매도 후 원화 환전 수요는 달러 공급을 늘려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AI 랠리 등으로 인해 서학개미의 달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나, RIA를 통해 이를 완화하고 원화 환전 수요를 유도한다면 외환시장 안정과 유동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소 진정될 경우, RIA 정책 효과와 맞물려 달러-원 환율의 하향 안정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이번 조치는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기업들 역시 해외에 축적된 달러 자금을 세 부담 없이 국내로 환류시킬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RIA는 증시 수급과 외환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