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인 금의 매력도가 크게 약화된 결과다.
- 시장 전문가들은 원유 가격 상승이 달러 강세와 전방위적 자산 매도를 촉발하고 있어 당분간 금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 금 가격이 끝을 알 수 없는 하락 터널로 진입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금 가격은 8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는 모습이다. 특히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이 에너지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이것이 다시 금리 인하 기대감을 꺾어버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8거래일 연속 하락한 금값, 인플레이션 공포에 직격탄
20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가격은 다시 한번 하락 마감했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의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30분 기준으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4월 인도분 금 선물(GCJ6)은 전장 결제가인 4,605.70달러에서 24.00달러(0.52%) 하락한 트로이온스당 4,581.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하락은 지난 11일부터 시작되어 무려 8거래일째 지속되고 있다. 이는 최근 시장을 지배하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금리 인하 기대감이 상당 부분 되돌려졌음을 의미한다. 시장은 당초 하반기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으나,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로 인해 인플레이션 지표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제기되자 매도세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 긴장 고조와 유가 급등... '트럼프 리스크' 가세
금 가격 하락의 이면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직접적으로 자극했다. 특히 미국이 중동 지역으로 해병대를 추가 파병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지역 내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의 보도는 시장의 공포를 더욱 키웠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심 석유 허브인 하르그 섬(Kharg Island)의 점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소식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 가격은 뉴욕 시장에서 전장 대비 3% 가까이 폭등하며 배럴당 98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며 연준의 긴축 기조 유지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국채 금리 급등과 무이자 자산의 한계
유가발 인플레이션 공포는 곧바로 채권 시장에 반영되었다. 통화정책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장중 15bp(1bp=0.01%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채 금리의 상승은 금 시장에는 치명적인 악재다. 금은 보유하고 있어도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대표적인 무수익 자산이기 때문이다.
실질 금리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은 기회비용 측면에서 금을 보유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안전자산이라는 이름표가 무색하게, 수익률을 쫓는 자금들은 금에서 이탈해 미 국채나 달러화로 이동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 후퇴와 국채 금리 상승이라는 '쌍둥이 악재'가 금 가격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 "전방위적 매도세... 당분간 박스권 변동성 지속"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금 시장이 단순히 개별 자산의 펀더멘털보다는 거시 경제적 변수와 전쟁 리스크에 연동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독립 금속 트레이더인 타이 웡(Tai Wong)은 현재의 시장 상황에 대해 "원유 가격의 상승이 달러 가치의 급등을 유발했고, 이는 결국 주식과 채권, 금속 시장 전반에서의 매도세를 촉발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전쟁 리스크 발생 이후 금속 자산은 다른 위험 자산들과 동조화되어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주 금리 인상 우려로 인한 공격적인 하락세 이후 시장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금 가격이 곧 특정 범위 내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하방 경직성을 확보할 수 있겠으나, 지정학적 이슈와 지표 발표에 따른 변동성은 여전히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즈니스맨을 위한 투자 시사점
3050 전문직 및 비즈니스맨들에게 이번 금 가격 하락은 자산 배분 전략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자 지정학적 위기 시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으나,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환경에서는 그 역할이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유가와 환율, 그리고 미 국채 금리의 움직임이 금 가격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부상한 만큼, 단순한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보다는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를 확인하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