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국제 금 시장이 '파월 쇼크'에 직격탄을 맞으며 무너져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긴축 의지를 천명하면서 시장을 지탱하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낙관론이 순식간에 공포로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보다는 금리 민감 자산으로서의 성격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졌다.
뉴욕 금 가격 6.07% 폭락…트로이온스당 4,600달러선 붕괴
19일(미국 동부시간) 오후 12시 30분경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거래의 기준이 되는 4월 인도분 금 선물(GCJ6) 가격은 전 거래일 결제 가격인 4,986.20달러 대비 297.00달러(6.07%) 폭락한 트로이온스(1ozt=31.10g)당 4,599.20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금 가격 하락은 단기적인 변동성을 넘어선 이례적인 수준으로, 지난 2월 2일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회귀했다. 거래 시작 직후부터 하방 압력을 받던 금값은 연준의 매파적 입장이 구체화되면서 낙폭을 급격히 확대했다. 특히 4,600달러선이라는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지면서 시장에는 추가 하락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제롬 파월 의장의 단호한 태도 "인플레이션 진전 없으면 금리 인하 없다"
이번 폭락의 결정적 트리거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서 나왔다. 전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위원들 간에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밝히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파월 의장은 "현재의 지표상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전까지는 정책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만약 인플레이션에서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한다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그간 시장이 기대해온 '연내 수차례 인하' 시나리오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으로 해석되며 금융 시장 전반에 강력한 긴축 신호를 보냈다.
CME 페드워치, 6월 금리 동결 확률 92.9%로 급등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시장의 금리 전망치는 급격하게 조정되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FedWatch Tool)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미 동부시간 기준 12시 51분경 오는 6월까지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동결될 확률을 92.9%로 반영했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의 확률인 79.3%와 비교해 13.6%포인트나 치솟은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은 이제 6월 인하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며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하이어 포 롱거(Higher for longer)'의 공포가 실물 자산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의 기조가 매파적으로 기울어짐에 따라 달러화 강세 압력까지 가중되면서, 달러와 역상관관계를 갖는 금 가격은 이중고를 겪게 되었다.
"이자 없는 자산"의 한계…성장 정체와 인플레이션의 이중고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지만, 채권이나 주식과 달리 보유 시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결정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높게 유지되는 환경에서는 기회비용이 커져 투자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실질 금리가 상승할수록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위축되는 것은 시장의 유서 깊은 메커니즘이다.
TD증권의 바트 멜렉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는 현재 상황을 "금리와 유가의 복합적인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현재 우리가 더 느린 경제 성장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겪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연준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통화 정책을 더욱 긴축적으로 운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전망 및 시사점
뉴욕 금 가격의 6%대 폭락은 원자재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을 시사한다. 특히 금리 인하를 전제로 유입되었던 투기적 매수 물량이 손절매(스탑로스) 형태로 쏟아져 나오면서 하락 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향후 금 가격의 향방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고용 지표 등 인플레이션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경제 지표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30~50대 비즈니스맨 투자자들에게는 금을 포함한 원자재 자산 배분에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연준의 긴축 스탠스가 완화될 조짐이 보이기 전까지는 금 가격의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고금리 시대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의 방어적 성격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