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으며, 인플레이션 진전이 없을 경우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중동 교전 확대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맞물리며 엔화, 유로화, 파운드화 등 주요국 통화는 달러 대비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다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시장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현지시간 18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장중 100선을 상향 돌파하며 강한 매수세를 증명했다. 이번 달러 강세는 단순히 지표의 우수함을 넘어,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격화에 따른 에너지 공급 불안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수장의 단호한 매파적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고착화와 지정학적 위기라는 이중고 속에서 다시금 달러라는 안전 피난처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중동발 에너지 쇼크, 달러 강세의 도화선
이날 외환시장의 흐름을 뒤바꾼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면적 확산이었다. 이란 국영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South Pars)와 이란 남서부 해안의 아살루예 에너지 처리 시설을 직접 타격했다. 이는 이번 분쟁 발생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심 에너지 생산 기반을 직접 공격한 첫 사례로 기록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즉각적인 보복을 예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인근 주요 산유국의 에너지 시설을 수 시간 내로 공격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아시아 거래 시간대에서 하락세를 보이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은 뉴욕장 개장 직전 상승 반전하며 배럴당 99.40달러까지 치솟았다. 유럽 천연가스 시장의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 역시 전장 대비 6.1%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중시켰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수입 물가 상승을 유도하고, 이는 다시 연준의 긴축 기조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어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예상치 두 배 웃돈 PPI, '끈적한 물가' 입증
미국의 견조한 경제 지표, 특히 도매 물가의 예상 밖 상승은 달러 강세의 펀더멘털을 더욱 공고히 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7% 상승하며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0.3%를 두 배 이상 상회했다. 이는 생산 단계에서의 물가 압력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소비자물가(CPI)로의 전이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끈적한(Sticky)' 물가 지표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더욱 뒤로 늦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물가 데이터는 연준 내부의 매파적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었으며, 뉴욕장 초반부터 달러인덱스를 100선 부근으로 밀어 올리는 핵심 재료가 되었다.
'임시 의장'까지 언급한 파월의 매파적 본색
이날 달러 강세의 정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서 완성되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방기금금리(FFR) 목표 범위를 3.50~3.75%로 동결했으나,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시장의 기대를 꺾는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단순 동결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시사하며, "향후 정책 결정에 있어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특히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뚜렷한 진전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하반기 조기 금리 인하를 기대하던 시장의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었다. 더불어 연방의회 상원에서 차기 의장 인준 절차가 지연될 경우 자신이 '임시 의장' 역할을 수행하며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는 연준의 현 긴축 기조가 리더십 공백 없이 강력하게 지속될 것이라는 의지로 해석되며 달러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지나 볼빈 볼빈 자산운용그룹 대표는 "연준은 현재의 높은 금리 수준에서 상황을 관망하는 데 매우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며 "연준은 서두르지 않고 있으며 투자자들 역시 성급한 기대를 버려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엔·유로 등 주요국 통화 일제히 하락
강달러 현상이 심화되면서 주요국 통화는 힘을 쓰지 못했다. 달러-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490% 상승한 159.820엔을 기록하며 160엔선을 위협했다.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에도 불구하고 미-일 간의 금리 격차와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수요가 엔화 가치를 압박했다. 유로-달러 환율 역시 전장보다 0.573% 하락한 1.146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확정치가 1.9%로 예비치에 부합하며 안정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는 달러의 압도적인 강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영국 파운드화 역시 달러 대비 0.577% 내린 1.32760달러를 기록했으며, 중국 역외 위안화(CNH) 환율도 6.8986위안으로 0.222%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하며 달러 강세 흐름에 동참했다. 달러인덱스는 결국 종가 기준으로 3거래일 만에 100.167을 기록하며 100선 안착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정학적 긴장감과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달러화의 독주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