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인접국 에너지 시설에 대한 즉각적인 보복 공격을 예고함에 따라 국제 유가는 장중 99달러를 돌파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미 원유 재고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620만 배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공급 차질에 대한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며 WTI 가격은 강보합권에서 마감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질적인 물리적 공급 위협으로 전이되면서 국제 원유 시장이 전례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연합군이 이란의 에너지 심장부를 정밀 타격함에 따라, 그간 말로만 무성했던 '에너지 시설 공격'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국가들에 대한 보복을 선언하며 원유 공급망의 전면적인 붕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란 '에너지 심장부' 피격…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첫 타격의 의미
현지시간 1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11달러(0.11%) 상승한 배럴당 96.21달러에 장을 마쳤다. 표면적인 상승폭은 미미해 보이지만, 이날 시장이 겪은 변동성은 극심했다. 아시아 거래 시간대에 91.96달러까지 하락했던 유가는 미·이스라엘의 공격 소식이 전해진 직후 4달러 이상 폭등하며 99.40달러까지 치솟는 드라마틱한 반등을 기록했다.
이번 공격의 핵심 타깃이 된 '사우스 파르스(South Pars)' 가스전은 이란과 카타르가 공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매장지다. 이곳은 이란 전체 가스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인근 아살루예(Assaluyeh) 산업단지는 이를 정제하고 가공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이란 본토의 에너지 생산 시설을 직접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이란의 경제적 생명줄을 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란 혁명수비대 "보복 임박"…사우디·UAE·카타르 정유 시설 '비상'
이란은 즉각적인 군사적 보복을 예고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는 이번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주변 산유국들의 에너지 시설을 타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타격 시점은 "앞으로 몇 시간 내"라고 못 박아 시장의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이란 중앙군사본부 카탐 알안비야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공격 발원국의 연료 및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하는 것을 정당한 권리로 간주한다"며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으며 강력한 보복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중동 내 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서방의 에너지 공급망 핵심인 걸프 협력회의(GCC) 국가들의 석유 인프라가 공격 사정권에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주요 정유 시설에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경우 유가가 세 자릿수를 넘어 걷잡을 수 없이 폭등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고 폭증 무력화시킨 지정학적 프리미엄…공급망 차질 우려 심화
이날 발표된 미국의 원유 재고 데이터는 평상시라면 유가를 급락시킬 만한 하락 요인이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미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620만 배럴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였던 38만 3,000배럴 증가를 무려 16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수요 둔화에 대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재고 지표보다 중동발 불길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라보뱅크의 에너지 전략가인 플로렌스 슈미트는 "이번 미·이스라엘의 공격은 시장의 시선을 다시 '물리적 공급'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돌려놓았다"며 "에너지 공급망의 차질은 이제 가설이 아닌 현실이 되었으며, 날마다 그 위험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즉, 재고가 아무리 쌓여 있어도 중동의 생산 및 운송 인프라가 파괴된다면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비즈니스 인사이트: 에너지 불확실성 시대의 도래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국지적 충돌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란의 에너지 시설이 직접적인 공격 목표가 됨에 따라 향후 국제 유가의 '하방 지지선'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이 보복 대상으로 지목한 산유국들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어, 실제 타격이 이루어질 경우 글로벌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생산 원가 압박에 대비해야 하며,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점이다. 뉴욕 유가가 강보합권에서 마감하며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나, 이란의 보복 공격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배럴당 100달러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