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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경제신문

[조광규의 도자기토크] 청자의 빛과 금빛 자비 – 명대 약사여래 관음보살상

권혁찬 기자 (gurcks1785@gmail.com)


[조광규의 도자기토크] 청자의 빛과 금빛 자비 – 명대 약사여래 관음보살상

권혁찬 기자 (gurcks1785@gmail.com)




최초 작성일 : 2025-08-22 | 수정일 : 2025-08-22 | 조회수 : 21

흙으로 빚어진 불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믿음과 예술이 만나는 가장 숭고한 지점이다. 명대(明, 1368~1644)에 제작된 이 청자(靑瓷) 약사여래 관음보살상(높이 51cm)은 그 사실을 웅변하듯 서 있다. 은은한 옥빛 유약과 세월이 남긴 금빛의 흔적은, 단순히 미감을 넘어 자비와 치유의 상징을 우리 앞에 불러낸다.

빛과 세월이 만든 얼굴
이 보살상의 얼굴은 오랜 세월을 건너온 고요함을 품고 있다. 부드럽게 반쯤 감긴 눈과 잔잔한 미소는 보는 이를 향해 “안온”을 속삭인다. 가슴과 손, 그리고 치밀하게 조각된 장식 위에는 본래 주칠(朱漆) 위에 덧입혀졌던 금니(泥金)나 박금(薄金)의 흔적이 남아 있어, 당시 얼마나 화려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빛바랜 금빛은 오히려 세월이 만든 깊이를 전하며, 수백 년의 기도가 겹겹이 쌓인 신비한 울림을 남긴다.

흙과 불, 유약이 만든 기적
표면에 드러난 청자의 빛깔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광택 속에 자리한 유약의 흐름과 축적, 그리고 곳곳에 맺힌 개편(開片, 크랙의 자연스러운 갈라짐)은 긴 세월 동안 일어난 화학적 변화의 흔적이다. 균열 사이사이에는 세월의 그림자가 스며 있어, 단순한 도자기의 표면을 시간의 기록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 안에 담긴 깊은 옥빛과 세월의 주름은 명대 복건성(福建) 용천요(龍泉窯)에서 구워낸 도공들의 숨결과, 신앙의 염원이 함께 배어 있다.

관음의 상징, 치유의 의미
보살의 손에는 감로수병이 놓여 있다. 감로수는 중생의 번뇌를 씻어내고 치유를 가져오는 상징물로, 오늘날까지 관음신앙의 중심에 놓여 있는 도상이다. 이 보살상은 단순히 관상용이 아니라, 신앙의 중심에서 사람들의 고통과 질병을 치유하고 구제해주기를 기원하며 제작된 신앙의 매개체였다.

문화재로서의 울림
오늘 우리가 이 보살상을 마주할 때, 그것은 단순히 명대의 유물이나 골동품이 아니다. 은은한 청자빛과 세월이 남긴 금빛의 흔적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시대의 염원이 응축되어 있다. 흙과 불, 그리고 장인의 정성이 만난 기물은 세속을 넘어선 자비와 평화의 얼굴로 다가온다.

이 보살상은 말없이 우리에게 속삭인다. “세월은 흘러도 자비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 고요한 미소 속에서 우리는 600년 전의 신앙과 지금 우리의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중국 골동품 소장가 조광규의 귀한 작품들을 시대의 맥락과 이야기로 풀어내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판매 수익금의 10%는 문화경제신문사 재단을 통해 전액 문화예술인을 위한 사회공헌에 기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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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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