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금 고개를 들며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중동발 전쟁 리스크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대외 정책 메시지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특히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특성상 미 국채 금리의 하락세는 금 가격에 강력한 상방 압력을 가하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중동 리스크 확산과 트럼프의 강경 발언, 안전자산 수요 촉발
30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 금 가격 상승의 일차적인 원인은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였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정파 후티가 지난 주말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시장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면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시장 진입 전, 이란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에너지 시설과 유전, 담수화 시설, 그리고 전략적 요충지인 하르그 섬 등을 직접 공격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에너지 공급망 차단 우려와 함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장 내 공포 지수를 끌어올렸다.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자산 가치를 보존하려는 심리가 강화되면서 금 매수세가 가팔라진 것이다.
미 국채 금리 급락과 금 가격의 상관관계
지정학적 리스크는 채권 시장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안전자산인 국채로 수요가 몰리면서 미 국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10bp 가까이 급락하며 금 가격 상승의 든든한 배경이 됐다. 통상적으로 금은 보유 시 이자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국채 금리가 하락할수록 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감소해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날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GCM6)은 전장 결제가격인 4,524.30달러 대비 42.00달러(0.93%) 오른 트로이온스당 4,566.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가격은 국채 금리 하락 추세와 동조하며 장중 한때 4,587.1달러까지 치솟는 등 강력한 랠리를 기록했다. 이는 전쟁 불확실성이 시장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해주는 동시에 금리 하락이 상방 동력을 제공한 결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의장의 '관망' 기조, 금리 인상 우려 완화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금 가격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날 하버드대학교 대담에 참석해 현재의 경제 상황과 통화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적절한 수준에서 잘 고정되어 있다"고 평가하며, 현재의 정책금리 수준을 "데이터를 관망하기 좋은 위치(good place to observe)"라고 언급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이러한 발언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의 후퇴로 해석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보다는 현재의 고금리 상태를 유지하며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를 지켜보겠다는 의지로 읽혔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전망이 다소 약화되자 달러화의 강세가 주춤해졌고, 이는 달러로 거래되는 금 가격의 상대적 매력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연준의 이러한 '관망 기조'는 시장의 유동성 위축 우려를 잠시나마 덜어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의 진단과 향후 전망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 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유지하면서도 우상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킷코 메털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짐 와이코프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전쟁이 여전히 격렬하게 진행 중이며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안전자산 수요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시장의 모든 시선이 전쟁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원유 가격 변동, 그리고 미 국채 수익률에 쏠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달러 인덱스의 향방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달러화를 강세로 이끌 수도 있지만, 미 국채 금리 하락이 달러 강세를 억제할 경우 금 가격은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을 얻을 수 있다. 향후 발표될 경제 지표들이 연준의 관망 기조를 지지하느냐, 아니면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하느냐에 따라 금 가격의 고점 돌파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3050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