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지동차단됐던 '중동발 악재'의 해소 조짐과 인공지능(AI) 산업의 장밋빛 전망이 맞물리며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썼습니다. 현지시간 1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87.94포인트(0.83%) 상승한 46,946.41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67.19포인트(1.01%) 오른 6,699.38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68.82포인트(1.22%) 급등한 22,374.18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로써 다우와 S&P 500은 지루했던 4일 연속 하락세를 끊어내고 5일 만에 웃었고, 나스닥 역시 사흘 만에 반등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기대감에 유가 5.28% 급락…인플레이션 공포 완화
이날 시장의 분위기를 단번에 바꾼 핵심 동력은 국제 유가의 하락이었습니다.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93.5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5.28%나 폭락했습니다. 유가 급락은 곧 인플레이션 압력의 완화를 의미하며, 이는 최근 고물가 고착화 우려로 위축됐던 투자 심리를 강하게 자극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의 단초는 이란 측에서 나왔습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반관영 매체인 SNN TV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적들과 그들의 공격을 지원하는 자들에게만 닫혀 있다"고 언급하며, 일반적인 상업적 통항에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이란은 물론 중국, 인도, 파키스탄 선박들이 현재 해협을 통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물류 대란 우려가 한풀 꺾였습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도 시장 안정에 힘을 보탰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CNBC 인터뷰를 통해 "이란 선박들이 이미 해협을 통과하고 있으며, 우리는 세계 에너지 공급망 안정을 위해 이를 허용하고 있다"고 밝혀 긴장 완화 분위기를 뒷받침했습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측과 직접 대화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유가 하락 압력을 가중시켰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 역시 "4억 배럴의 비축유 방출 이후에도 14억 배럴 이상의 여유분이 있어 추가 조치가 가능하다"고 언급하며 에너지 시장의 하방 안정성을 강조했습니다.
엔비디아 '1조 달러 수주' 전망에 AI·반도체 섹터 열기 재점화
유가 안정으로 확보된 유동성은 다시 'AI 대장주'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기술주로 급속히 유입되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파격적인 전망이 기폭제가 됐습니다. 황 CEO는 오는 2027년까지 자사의 차세대 칩인 블랙웰과 베라 루빈에 약 1조 달러(약 1,489조 원) 규모의 주문이 쏟아질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이는 AI 인프라 구축 수요가 일시적인 거품이 아닌 장기적인 산업 패러다임 변화임을 시사하며 투자자들의 확신을 이끌어냈습니다.
기업 간의 전략적 협력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사모펀드인 TPG, 베인 캐피털 등과 손잡고 100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의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는 소식은 AI 생태계 확장에 대한 기대를 높였습니다. 이러한 호재 속에 엔비디아 주가는 1.65% 상승했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장 중 한때 3.27%까지 치솟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마이크론 테크놀러지는 대만에 두 번째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3.68% 상승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향후 수요 성장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됩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강세 속에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가 5.62% 급등하는 등 위험 자산 전반에 걸쳐 온기가 퍼졌습니다.
M7 전 종목 상승과 업종별 고른 강세…변동성 지수는 급락
이날 시장의 특징은 특정 섹터에 국한되지 않은 전방위적 상승세였습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7)'으로 불리는 초대형 기술주들이 일제히 빨간불을 켰습니다. 메타 플랫폼스가 2.33%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아마존(+1.96%), 테슬라(+1.11%), 마이크로소프트(+1.11%), 알파벳(+1.09%), 애플(+1.08%) 등이 모두 견조한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업종별로도 S&P 500의 11개 전 업종이 상승 마감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기술(+1.39%)과 소비재(+1.34%)가 지수 상승을 견인했고, 커뮤니케이션(+1.02%)과 산업재(+0.85%)도 시장 수익률을 상회했습니다. 특히 유가 하락의 직접적인 수혜주인 여행 관련 종목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노르웨이지안 크루즈라인은 5.14% 급등했으며, 델타항공도 3.50% 오르며 비용 절감에 따른 수익성 개선 기대감을 반영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3.68포인트(13.53%) 급락한 23.51을 기록하며 시장이 안정을 되찾았음을 시사했습니다. 한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오는 6월까지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76.9%로 반영했습니다. 이는 전날 대비 0.7%포인트 소폭 상승한 수치로, 고금리 지속에 대한 우려가 유가 하락과 맞물려 다소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