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와 미국의 공수부대 추가 파병 소식이 투자 심리를 억눌렀으나, 장 마감 후 휴전 제안 소식에 선물 시장은 반등했다.
- 기술주 중심의 하락세 속에 에너지·소재 업종은 강세를 보였으며, 아마존의 생성형 AI 개발 소식에 소프트웨어 업종은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미국 뉴욕증시가 중동 지역의 일촉즉발 위기 상황과 이를 둘러싼 협상 과정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일제히 약세로 거래를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조건 논의가 상당 부분 진척되었다고 공언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전형적인 ‘언론 플레이’로 치부하며 매도 우위의 흐름을 보였다. 특히 이란의 강경파 인사 전면 배치와 미국의 지상군 증파 소식이 엇갈리며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이 장세를 지배했다.
트럼프의 '조기 종전' 호언장담에도 시장은 '냉담'
24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4.41포인트(0.18%) 내린 46,124.06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24.63포인트(0.37%) 하락한 6,556.37을 기록했으며,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84.87포인트(0.84%) 급락한 21,761.8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장의 핵심 화두는 이란과의 협상 진위 여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이 종전을 위한 상당한 수준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란 측에서는 즉각 이를 부인하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시장의 의구심을 키웠다. 투자자들은 백악관발 낙관론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충돌과 강대강 대치 상황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다. 정보의 불일치가 심화되자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고, 주요 지수는 장중 내내 하방 압력을 받았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논란과 강경파 전면 배치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경제적 실익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란이 세계 최대의 해상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일부 선박에 대해 최대 200만 달러(약 27억 원)의 통행세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이는 공급망 교란은 물론 국제 유가 및 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를 자극했다.
또한 이란이 국가 안보의 핵심 보직인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에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출신의 강경파 인물을 선임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는 이란이 단기적인 협상보다는 장기적인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으며, 시장은 이를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소식들은 장중 내내 매수세를 위축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미국 제82 공수사단 파병… '연막인가 실전인가'
오후 들어 뉴욕증시는 미 국방부(전쟁부)의 군사 행동 소식에 다시 한번 휘청였다. 미 국방부가 제82 공수사단 병력 3,000명을 중동 지역으로 긴급 파병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시점에서 대규모 지상군을 증파하는 행보를 두고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일각에서는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막 전술' 혹은 '무력 시위'라는 분석을 내놓았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실제 전면전을 대비한 병력 배치라는 공포감이 확산됐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말과 달리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로 치닫는 모순된 상황이 전개되자, 불확실성을 혐오하는 시장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선택을 했다.
업종별 희비 교차… 기술주 하락 vs 에너지·소재 강세
업종별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수혜를 입는 에너지와 소재 섹터가 각각 2% 안팎의 상승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방어하려 노력했다. 반면, 금리 민감도가 높고 경기 상황에 취약한 통신서비스 업종은 2% 넘게 밀렸다. 시가총액 상위권의 ‘매그니피센트 7’을 비롯한 거대 기술기업들도 혼조세를 면치 못했다. 알파벳이 3% 이상 급락한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브로드컴, 메타 등도 2%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나스닥의 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종의 타격이 컸다. 아마존이 자체적인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존 소프트웨어 강자인 세일즈포스의 주가가 6% 넘게 폭락했다. 이는 AI 시장의 경쟁 심화가 기존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번지며 업종 전체에 대한 투매 물량을 이끌어냈다.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ARM 역시 자체 AI 칩 생산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전반적인 매도세 속에 1.4% 하락 마감했다.
장 마감 후 반전된 분위기… '1개월 휴전안' 부상
본 장 종료 이후 시장의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미국이 이란 측에 1개월간의 임시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골자로 한 제안을 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채널12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핵무기 보유 포기 등 15개의 요구 사항을 이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합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미국이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중재에 나섰다는 소식만으로도 시장은 안도했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 지수 선물은 장 마감 후 급반등하며 다음 거래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시장은 '15개 요구사항'의 수용 가능성보다는 대화의 끈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 제언 및 시장 지표
US뱅크자산운용의 테리 샌드븐 수석 주식 전략가는 현재의 시장 상황에 대해 "이란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상황 개선이 확인될 때까지는 큰 변동성을 동반한 횡보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정학적 변수가 펀더멘털보다 우선시되는 구간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을 가늠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12월 기준금리가 25bp 인상될 확률은 전 거래일 8.2%에서 23.1%로 대폭 상승했다. 시장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 대비 0.80포인트(3.06%) 상승한 26.95를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경계심을 반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