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 물가 전반을 자극하며 민생 경제와 기업 채산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 기조가 지속되면서 시장 내 공포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이 다시 한번 유례없는 충격에 휩싸였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500원을 넘어 1,510원선까지 돌파하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했던 고점들에 육박하는 수치로, 수출입 기업은 물론 가계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경신, '1,500원 시대' 현실화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장 초반 1,51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510원을 넘어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이후 약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와 더불어 국내 경제 성장률 둔화 우려, 대외 불확실성 증대가 맞물리며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번 환율 급등은 특정 이벤트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 상황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 크다. 외환 당국이 미세 조정(Smoothing Operation)에 나서며 시장 안정화 의지를 피력하고 있으나,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달러 수요를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상단이 열려 있다는 공포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입 물가 비상, 국내 소비자 물가로의 전이 우려
환율 상승의 가장 즉각적인 피해는 수입 물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곡물 등 주요 원자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 구조상, 환율 상승은 고스란히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수입 물가는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는데, 이미 고물가 상황을 겪고 있는 국내 경제에 '환율발 인플레이션'이라는 추가 악재가 덮친 셈이다.
특히 수입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공공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며 서민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제조 기업들 역시 수입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인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곧 내수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 30~50대 비즈니스맨들 사이에서는 실질 소득 감소와 가계 부채 부담 가중이라는 이중고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 경영 환경 악화, 채산성 확보에 비상등
환율 급등은 수출 기업에게 유리하다는 과거의 공식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수출 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보다 수입 원부자재 비용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중간재 수입 비중이 높은 IT, 자동차, 기계 산업 분야의 기업들은 마진율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외화 부채가 많은 대기업들의 경우 환차손으로 인한 영업외 손실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대기업에 비해 환리스크 관리 능력이 취약한 중소 수입업체들은 환율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제때 반영하지 못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극도로 커지면서 기업들의 경영 계획 수립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외환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비용조차 부담스러운 실정"이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외환 당국 행보 주목, 시장 안정화 대책 시급
환율이 1,510원을 돌파함에 따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 외환 당국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당국은 시장 내 쏠림 현상을 주시하며 과도한 변동성이 발생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 방향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변수가 워낙 강력해 국내 당국의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순히 환율 수치를 방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에너지 소비 구조 개선과 공급망 다변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고환율 장기화에 대비하여 취약 계층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금융 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 비즈니스 리스크 관리 강화해야
당분간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달러 인덱스의 움직임과 미·중 갈등,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 요인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1,510원 돌파는 한국 경제가 마주한 거시경제적 위기 신호이자, 새로운 '뉴 노멀'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3050 비즈니스 리더들은 이제 환율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두고 경영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 자금 조달 구조를 다변화하고 환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하는 등 보수적인 재무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적으로는 외환보유액의 적정성을 유지하고 대외 신인도를 관리하여 제2의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