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채권시장이 경제지표의 예상을 상회하는 호조와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교차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 이틀간 이어졌던 국채가격 상승세는 멈춰 섰으며, 금리는 소폭 반등하며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시장 참여자들은 강력한 미국 소비 및 제조 업황 지표를 확인하는 동시에, 이란과의 전쟁 종식 가능성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란 지도부 간의 진실 공방에 주목하며 신중한 움직임을 보였다.
강력한 경제 지표에 랠리 제동…10년물 금리 4.32% 기록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 일중 화면(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1일(미국 동부시간) 오후 3시 기준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80bp 상승한 4.3200%를 기록했다. 통화정책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는 변동 없이 3.8030%에 머물렀으며, 장기물인 30년물 금리는 1.00bp 오른 4.9010%를 나타냈다.
이날 금리 변동의 특징은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더 크게 상승하는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이는 전 거래일 50.90bp에서 51.70bp로 확대됐다. 이는 시장이 단기적인 정책 변화보다는 장기적인 경제 성장세와 인플레이션 압력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럽 거래 시간대에서 일중 저점을 찍었던 금리는 뉴욕 장 개장 이후 발표된 지표들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소매판매·제조업 PMI 예상 상회…'미국 경제는 여전히 뜨겁다'
채권시장의 매수세를 억제한 일차적인 요인은 미국의 강력한 펀더멘털이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인 0.5%를 웃돌았다. 특히 지난 1월 수치가 기존 0.2% 감소에서 0.1% 감소로 상향 수정되면서 소비 심리가 여전히 견조함을 입증했다. 자동차와 휘발유 등을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컨트롤그룹) 역시 전월 대비 0.5% 증가해 예상치(+0.3%)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됐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조사한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7로 집계되어 2022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기준선인 '50'을 3개월 연속 상회한 결과다. 산탄데르 US캐피털 마켓츠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 가격 급등이 상반기 소비를 일시적으로 억누를 수는 있으나, 하반기 에너지 가격 안정과 함께 실질적인 지출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FWDBONDS의 크리스토퍼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금 환급이 1분기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유지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와 이란의 '진실 게임'…호르무즈 해협 둘러싼 긴장 고조
경제지표 못지않게 채권시장을 흔든 것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종전 협상에 대한 불투명성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란의 새 대통령이 미국에 휴전을 요청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과 안전 확보가 전제되어야 협상을 검토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릴 것"이라는 극단적인 경고를 덧붙였다.
하지만 이란 측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란 대변인은 휴전 요청 사실을 즉각 부인했으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이 자신들의 전적인 통제하에 있음을 재확인하며 해협 개방을 거부했다. 이러한 엇갈린 메시지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으며, 투자자들은 어느 한쪽으로 베팅하기보다는 트럼프의 대국민 연설 결과를 기다리는 관망세를 택했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서한과 시장의 기대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미국민을 향한 영문 서한을 통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서한에서 이란이 먼저 전쟁을 시작한 적이 없으며, 미국과 유럽 국민에 대해 적개심이 없음을 강조했다. 특히 "대립의 길을 계속 가는 것은 무의미하며 비용이 크다"는 언급은 시장에 종전 협상에 대한 실말이를 제공했다.
위즈덤트리의 케빈 플래너건 채권 전략헤드는 "시장은 전쟁 종식의 가능성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전쟁이 멈출 경우 에너지 가격의 정점이 지나가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게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채권 금리의 하향 안정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실제 협상 타결 여부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금리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 동결 가능성 73.3%…연내 인하 기대감은 축소
강력한 경제 지표와 불확실한 대외 여건은 연준의 금리 경로에 대한 전망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말까지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73.3%로 높게 반영했다.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2.1%에 불과했으나, 인하 가능성 역시 20% 중반대로 낮아진 상태다.
결국 뉴욕 채권시장은 미국 경제의 '노랜딩(No Landing)' 가능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라는 두 가지 변수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30~50대 비즈니스맨 투자자들에게 지금의 국채 금리 흐름은 단순한 시장 변동을 넘어, 향후 글로벌 물가 경로와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타를 결정지을 핵심 지표로 분석된다. 시장은 이제 미 동부시간 오후 9시에 예정된 트럼프의 연설이 채권 금리의 다음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