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종식 의지가 미 국채 금리 하락을 유도하며 이자가 없는 자산인 금의 투자 매력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안도 랠리와 더불어 중앙은행의 금 매입 및 탈달러화라는 핵심 펀더멘털이 금값의 장기적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금 시장이 지정학적 긴장 완화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이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종결 기대감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와 금리 하락에 따른 기회비용 감소 효과가 동시에 작용했다. 특히 미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재개방보다는 외교적 종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금융 시장 전반의 리스크 관리 전략에도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뉴욕 금 선물 2.01% 급등…4,600달러 고지 탈환
31일(미국 동부시간) 오후 12시 30분경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금 선물(GCM6) 가격은 전장 결제가인 4,557.50달러에서 91.50달러(2.01%) 상승한 트로이온스(1ozt=31.10g)당 4,649.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의 박스권 횡보를 깨뜨리는 강력한 상방 돌파로 평가된다.
이날 금 가격의 상승을 견인한 핵심 동력은 미 국채 금리의 하락이다. 통상적으로 금은 보유 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국채 금리가 하락할 때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가능성이 시사되자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와 금리 하방 압력이 동시에 발생했고, 이는 곧바로 금 수요 자극으로 이어졌다.
트럼프의 '호르무즈 전략' 변화…군사 작전보다 종전 우선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킨 결정적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기조 변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으로 재개방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이란과의 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킬 의사를 측근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와 참모진이 이 같은 판단을 내린 배경에는 현실적인 군사적·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강제로 개방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군사 작전이 불가피하며, 이는 행정부가 구상하는 일정보다 훨씬 장기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력 충돌을 지속하기보다는 종전을 통해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국채 금리 5bp 하락…안도 랠리 확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자 에너지 시장과 채권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었고, 이는 미 국채 수익률의 하락으로 직결됐다. 실제로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5bp(1bp=0.01%포인트) 넘게 하락하며 금 가격 상승의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자산운용사 웰스얼라이언스의 에릭 디턴 대표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안도 랠리'로 정의했다. 그는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은 전쟁 종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금값의 상승과 국채 금리의 하락은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전형적인 시장 반응"이라고 진단했다.
"탈달러화와 중앙은행 매입"…장기 강세론 여전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가격 상승이 단순한 단기 이슈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정학적 요인 외에도 금 가격을 지지하는 강력한 구조적 요인들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재너 메탈스의 수석 금속 전략가인 피터 그랜트는 "단기적인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금의 기본적인 추세는 여전히 강세"라고 강조했다.
그랜트 전략가는 특히 전 세계적인 '탈달러화(De-dollarization)' 현상과 각국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 매입 행보를 핵심 펀더멘털로 꼽았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금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점은 금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해 주는 요소"라며 "이러한 핵심 요인들이 유지되는 한 금은 장기적으로 견고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맨을 위한 투자 시사점
30~50대 비즈니스맨과 투자자들에게 이번 금 가격 급등은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는 국면에서도 금 가격이 상승했다는 점은, 금이 단순한 위험 회피 수단을 넘어 글로벌 유동성과 금리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한 실물 자산 확보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다만, 금리 경로에 따른 변동성이 상존하는 만큼 분할 매수 관점에서의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