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5개 조항 종전안 제안과 유가 및 국채 금리 하락이 맞물리며 무이자 자산인 금의 투자 매력도가 크게 상승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이란 측이 5대 요구 조건을 내걸며 미국의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협상 전개 양상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
국제 금 가격이 지정학적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거시 경제 지표의 변화가 맞물리며 3%가 넘는 폭등세를 기록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미국 측의 구체적인 제안이 알려진 가운데, 에너지 가격의 하락과 미 국채 금리의 조정이 안전자산인 금으로의 자금 유입을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 특성상 시장 금리 하락기에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시장 움직임 역시 이러한 공식이 철저히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뉴욕 금 선물 3.25% 급등, 온스당 4,500달러 돌파
현지시간 25일 오후 1시 17분 기준,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거래되는 4월 인도분 금 선물(GCJ6) 가격은 전장 결제가격인 4,407.30달러 대비 143.20달러, 즉 3.25% 상승한 트로이온스(1ozt=31.10g)당 4,525.20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매수세가 강하게 몰리며 금 가격은 4,500달러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가뿐히 넘어서며 기술적 반등 흐름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급등세는 최근 지속되었던 고금리 환경과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숨 고르기를 하던 금 시장이 새로운 재료를 만난 결과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 가격이 단순히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거시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산 재배분(Asset Allocation)의 수혜를 입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이번 상승은 거래량이 실린 급등이라는 점에서 향후 추가적인 가격 지지선 구축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파키스탄 통해 이란에 '15개 조항' 종전안 전격 제안
이번 시장 움직임의 핵심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 간의 비밀리에 진행된 외교적 접촉이 있다. 미국은 최근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 측에 핵 포기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종전 패키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총 15개 조항으로 구성된 협의안을 통해 양국 간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으며, 이를 논의하기 위해 1개월간의 임시 휴전까지 제안한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 지역의 개방과 안정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해소와 직결된다. 미국이 제시한 15개 조항에는 이란의 핵 개발 중단과 국제적 검증 수용 등 민감한 현안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중동 정세의 대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제안으로 평가받는다. 시장은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리스크 프리미엄의 재조정에 들어갔으며, 이는 즉각적인 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유가 및 국채 금리 하락, 금 가격 지지하는 '쌍끌이' 요인
지정학적 기대감은 에너지 시장과 채권 시장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마감가 대비 약 1.6% 하락하며 배럴당 9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동의 긴장 완화가 원유 공급 불안을 해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유가의 안정은 인플레이션 압박을 낮추는 요인이 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을 자극한다.
동시에 미 국채 금리의 하락세도 금값 상승의 촉매제가 되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날 1~2bp(1bp=0.01%포인트)가량 하락하며 조정 양상을 보였다. 금은 보유 시 이자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감소해 상대적인 매력도가 높아진다. 저금리 기조가 강화되거나 금리 상승세가 둔화될 때 금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전형적인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한 것이다. 재너 메털스의 수석 금속 전략가 피터 그랜트는 "이란 관련 충돌 완화 기대감이 유가를 진정시켰고, 이것이 기술적 반등 흐름과 결합하며 금 가격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의 부정적 반응과 5대 선결 조건... 협상 난항 예고
하지만 낙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란은 미국의 제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란의 한 고위 정치·안보 당국자는 국영 프레스TV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제안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과도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특히 그는 현재 전장에서의 상황이 미국 측에 유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마치 승전국과 같은 태도로 무리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란은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5가지 핵심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침략 행위의 완전한 중단 ▲전쟁 재발 방지에 대한 국제적 보증 ▲그간의 피해에 대한 배상 ▲모든 전선에서의 즉각적인 교전 중단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완전한 주권 행사 인정 등이 포함된다. 이란 측은 이 조건들이 만족되지 않는 한 어떠한 종전 협의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란의 강공은 향후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며, 시장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던져주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트: 금 시장의 변동성과 투자 전략
현재 금 시장은 지정학적 뉴스 헤드라인에 따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뉴스 드리븐(News-driven)' 장세를 보이고 있다. 3.3%라는 급격한 상승폭은 시장이 그만큼 중동 발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30~50대 비즈니스맨들에게 금은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훌륭한 헤지 수단이지만, 지금처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는 단기적 가격 등락에 유의해야 한다.
결국 향후 금 가격의 향방은 미국의 15개 조항과 이란의 5대 조건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빠르게 좁혀지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다시 긴장이 고조된다면 유가 반등과 함께 금 가격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반대로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달러화 가치 변화와 맞물려 금 가격의 기술적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금 가격이 온스당 4,500달러라는 새로운 가격대에 안착할 수 있을지를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