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사이의 일촉즉발 군사적 긴장감이 극적인 반전을 맞이하면서 국제 원자재 시장의 풍향계인 금 가격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기조가 일시적인 '보류'로 선회함에 따라, 공포 심리에 위축됐던 시장은 극심했던 낙폭을 줄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뉴욕 상품거래소 금 선물 가격 추이 및 장중 변동성
23일(미국 동부시간) 뉴욕 상품시장에 따르면,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거래되는 4월 인도분 금 선물(GCJ6) 가격은 오후 2시 7분 현재 전장 결제가인 4,574.90달러에서 165.20달러(3.61%) 하락한 트로이온스(1ozt=31.10g)당 4,409.7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9거래일째 이어진 결과로, 장기적인 조정 국면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날 금 가격의 움직임은 극적인 반전의 연속이었다. 앞서 런던 거래소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며 한때 4,100달러선까지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낙폭은 무려 10.38%에 달해 시장 참여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뉴욕 시장 개장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전향적인 입장 발표가 전해지면서 가격은 빠르게 회복세로 돌아섰고, 한때 4,500달러선을 회복하는 등 전형적인 'V자형' 반등의 기틀을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보류' 결정과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시장 분위기를 급변시킨 결정적 요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적 결단이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48시간 내로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이란 내 핵심 에너지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초강경 발언은 에너지 안보 위협과 더불어 국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대화가 생산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는 이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계획을 향후 5일 동안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러한 결정은 즉각적으로 자산 시장에 반영되었다. 군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일단 유예되면서, 시장은 이를 지정학적 리스크의 단기 해소로 받아들였다. 금 가격이 장중 기록했던 기록적인 폭락세를 뒤로하고 낙폭을 빠르게 축소한 배경이다.
거시경제 지표와의 동조화 현상과 자산적 특징
이번 금 가격 변동은 단순히 지정학적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제유가와 미 국채 금리, 그리고 달러화의 가치 하락과 맞물리며 복합적인 양상을 띠었다. 통상적으로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다. 따라서 저금리 기조가 강화되거나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상대적인 매력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날 미 국채 금리의 하락세는 금 가격이 저점에서 반등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환경을 제공했다.
또한, 국제유가의 하락 역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하며 실물 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를 복합적으로 견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보류 소식은 에너지 공급망 차질 우려를 씻어냈고, 이는 유가 안정화와 더불어 금 가격의 기술적 반등을 이끄는 지지선 역할을 수행했다. 달러화의 약세 또한 달러로 결제되는 금 가격의 하락 압력을 상쇄하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씨티그룹의 진단: "위험자산처럼 움직이는 금"
주요 투자은행인 씨티그룹은 최근 금 시장의 이례적인 움직임에 대해 심도 있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씨티그룹은 "현재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의 궤적에서 벗어나 마치 위험자산처럼 거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자산 종류에 관계없이 현금을 확보하려는 투매 현상이 나타나는 '광범위한 리스크 오프(Risk-off)' 국면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0년 동안 발생했던 대규모 경제 위기나 지정학적 격변기에서도 금이 일시적으로 위험자산과 동조화되어 급락했던 사례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의 변동성이 단순한 가치 하락이라기보다는 시장 전체의 유동성 흐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분석했다. 즉, 이란과의 갈등 국면에서 금 가격이 보여준 급락과 반등의 반복은 투자자들이 금을 안전한 대피처로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유동성 확보를 위한 매도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복합적인 심리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향후 전망과 시장 관전 포인트
전문가들은 향후 5일간의 '공격 유예' 기간이 금 가격의 향방을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와 양국 간의 추가적인 대화 결과에 따라 금 가격은 다시 한번 트로이온스당 4,500달러 탈환을 시도하거나, 혹은 지지선이 무너지는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비즈니스맨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금 가격 반등은 기초 체력의 강화보다는 외부 변수에 의한 일시적 회복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씨티그룹의 지적처럼 금이 위험자산과 유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포트폴리오 내 안전자산으로서의 비중을 조절함에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9거래일 연속 하락이라는 기술적 부담과 중동 발 훈풍이 충돌하는 가운데, 뉴욕 금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 속에서 다음 한 주를 맞이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