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신문=에디터 기자]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완화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포지션 정리에 나서며 달러 가치가 이틀째 약세를 보였다. 중동 지역의 긴장감과 유럽발 경기 침체 우려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를 무조건적으로 추종하기보다는 금리 결정 이후의 방향성을 탐색하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가 진정과 FOMC 앞둔 포지션 조정, 달러 인덱스 99선 후퇴
현지시간 1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 대비 0.198포인트(0.198%) 하락한 99.594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99.504까지 떨어지며 99대 초반을 위협받기도 했다. 이러한 달러화의 약세는 우선 국제 유가의 상승 폭 제한에 기인한다.
아시아 거래 시간대에서 배럴당 98.41달러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 가격은 뉴욕 시장 개장 이후 93.91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변동성을 보였다. 특히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케빈 해싯 위원장이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통항이 제한적이나마 이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전략 비축유의 추가 방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완화된 점이 달러화 매수세를 억제했다.
더불어 시장은 이튿날 발표될 FOMC 결과에 집중하고 있다. 금리 동결이 확실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기존의 달러 롱(매수) 포지션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 전략가들은 연준이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고착화 가능성을 들어 금리 인하 중단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이에 따른 사전 조정이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경제 비관론과 엔화 개입 경계감 확산
유럽 대륙에서는 경제 지표의 충격적인 하락세가 목격됐다. 독일의 민간 경제 연구소인 유럽경제연구센터(ZEW)가 발표한 3월 경기기대지수는 마이너스(-) 0.5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무려 58.8포인트나 폭락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38.0을 대폭 밑도는 수치로,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감이 유럽 경제 성장에 미칠 치명적인 영향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이러한 비관론은 미 국채 금리(2년물 기준)를 전장 대비 1bp가량 끌어내렸으며, 수익률 하락은 곧바로 달러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엔화의 경우 일본 당국의 구두 개입이 이어지며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가타아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외환 및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정부는 단호한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엔저 가속화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달러-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100엔(0.063%) 하락한 159.040엔에 거래를 마쳤다.
RBA 금리 인상과 글로벌 통화별 엇갈린 행보
오세아니아 시장에서는 호주중앙은행(RBA)의 기습적인 금리 인상이 주목받았다. RBA는 기준금리를 종전 3.85%에서 4.10%로 25bp 인상하며 강경한 매파적 스탠스를 보였다. 미셸 불록 RBA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이미 너무 높은 상태"라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가격 압력이 확산해 향후 조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영향으로 호주달러-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0.438% 상승한 0.7104달러를 기록, 뉴욕장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영국 파운드화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강세를 보였다.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부 장관은 이란 사태로 인한 불안이 앞으로 몇 달간 인플레이션에 상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0.200% 상승한 1.33530달러에 마감했다. 유로-달러 환율 또한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의 상승과 달러 약세가 맞물리며 1.15356달러로 0.249% 상승했다.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6.8833위안으로 소폭 하락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전문가 "달러 심리 변화 감지... '고점 매도' 흐름 전환 가능성"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심리적 기저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수석 시장 전략가는 "현재의 흐름은 주로 포지셔닝의 문제로 보이지만, 연준 회의를 지나봐야 확실해질 미묘한 심리 변화가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이후 그동안 달러는 하락 시 매수(Buy on dips)되는 자산이었으나, 이제는 상승 시 매도(Sell on rallies)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는 시장이 지정학적 위험을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했으며, 향후 초점이 다시 연준의 금리 경로와 실물 경기 지표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맥쿼리 그룹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이번 FOMC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늦추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을 시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와 지정학적 위기가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는 동시에 물가를 자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적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글로벌 외환시장은 당분간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차별화와 경기 지표 결과에 따라 변동성이 큰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