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민간 부문 투입 비용이 10개월 만에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 S&P 글로벌은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하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다시 4% 수준으로 가속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업종별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이며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실물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서비스업 업황은 1년 가까운 기간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은 반면, 그간 침체 국면을 보이던 제조업은 예상을 뛰어넘는 회복세를 보이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엇갈린 행보보다 더욱 주목받는 지점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공포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에너지 가격을 자극하고 공급망 차질을 유발하면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급증했고, 이것이 판매 가격 인상으로 전이되는 악순환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업 11개월 만에 최저치…제조업은 반등 성공
24일(현지시간) S&P 글로벌이 발표한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1.1로 집계되었다. 이는 전월 기록했던 51.7보다 0.6포인트 하락한 수치이자,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였던 51.5를 밑도는 결과다. 특히 이번 수치는 최근 11개월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미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의 성장 동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PMI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업황의 확장과 위축을 가늠하는데, 비록 50은 상회했으나 성장 폭 자체가 눈에 띄게 둔화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제조업 지표는 깜짝 반등에 성공했다. 3월 제조업 PMI 예비치는 52.4를 기록하며 전월치(51.6)와 시장 예상치(51.3)를 모두 가볍게 뛰어넘었다. 제조업 부문에서는 생산량 확대와 더불어 신규 주문 증가세가 가속화되면서 최근 2개월 사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의 부진을 제조업의 선전이 어느 정도 상쇄하는 모양새지만, 전체 민간 부문을 아우르는 합성 PMI 산출지수는 51.4를 기록해 전월(51.9) 대비 하락하며 역시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중동 전쟁이 촉발한 비용 인플레이션의 습격
이번 조사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물가 관련 지표의 급등이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기업들의 투입 비용 인플레이션은 최근 10개월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망라한 민간 부문 전체의 평균 투입 비용 상승률이 가팔라진 주된 원인으로는 중동 전쟁이 지목됐다. 지정학적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선박 운항 차질 등 공급망 전반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며 원자재 및 물류비용을 밀어 올린 것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비용 상승분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월 평균 판매가격 상승률은 2022년 8월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특히 서비스 부문의 판매가격 상승 속도는 2022년 8월 이후 가장 빨랐으며, 상품 가격 역시 지난 8월 이후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생산자 단계의 물가 압력이 소비자 물가로 전이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CPI 4%대 재진입 가능성”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지표가 미국 경제에 보내는 신호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S&P 글로벌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을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이라는 반갑지 않은 조합"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높아진 생계비 부담이 실질적인 수요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보고하는 현장의 목소리 역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지연에 따른 비용 압박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 큰 문제는 향후 물가 전망이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PMI에서 나타나는 가격 지표의 추이를 볼 때,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다시 4% 수준으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만약 성장은 정체되는데 물가만 오르는 상황이 고착화될 경우,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환경으로 진입할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불확실성 속 비즈니스 대응 전략의 과제
현재 미국 내 기업들은 중동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과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서비스업 분야에서의 활동 증가율이 1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기업들이 신규 투자나 확장을 주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제조업의 일시적 반등이 고무적이긴 하나, 전반적인 수요가 위축되고 비용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3050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이번 3월 PMI 지표는 금리 인하 시점의 불투명성과 고물가 구조의 고착화를 시사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구매력 저하가 가시화될 경우, 매출 증대보다는 비용 효율화와 리스크 관리가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을 흔드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발표될 실제 물가 지표와 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