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가 급등으로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경기침체)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현재 경제 상황은 당시와 여러 면에서 달라 전문가들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강달러 현상, 미국 석유 생산량 증대, 소형주의 과거와 다른 움직임 등이 그 이유로 분석됩니다.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1970년대 오일 쇼크를 연상시키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 구조와 시장 상황이 과거와는 상당 부분 다르다고 진단하며, 1970년대와 같은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강달러 현상, 미국의 석유 생산 능력 증대, 그리고 자산 시장의 차별화된 움직임이 이러한 전망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다른 현재의 거시 경제 환경
미국과 이스라엘의 긴장 고조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국제 유가를 배럴당 98.71달러(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러한 유가 상승은 필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며, 경기 둔화와 맞물릴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상회하면서 주식과 채권 시장이 동반 하락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1973년에도 급격한 유가 상승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를 40% 이상 폭락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GAM인베스트먼트의 줄리안 하워드 멀티자산 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1970년대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로 달러화의 움직임을 꼽았습니다. 그는 "과거에는 달러화 약세가 금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었지만, 현재는 달러화가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강달러 환경에서는 금이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분산) 수단으로서 과거만큼의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금은 불확실성에 대한 훌륭한 헷지 수단일 수 있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강달러 환경에서 금의 상승세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석유 공급망의 변화와 미국의 역할
또한, 하워드 책임자는 미국의 석유 생산 능력 변화를 중요한 차이점으로 지적했습니다. 과거 중동 지역의 석유 공급 제약에 크게 의존했던 것과 달리, 현재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자 주요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는 국제 유가 급등 시에도 과거보다 공급망 충격에 덜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는 "유가 급등은 오히려 달러화를 강하게 만들어 경제의 교역 조건을 개선하고, 이는 금 가격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Recession)와 물가 상승(Inflation), 그리고 실업률 증가(Unemployment)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제 현상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물가 상승기에는 경기가 성장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은 이러한 일반적인 경제 원리에서 벗어나 세 가지 부정적인 경제 지표가 함께 나타나는 복합적인 상황입니다.
소형주 움직임과 경제 구조의 근본적 변화
1970년대와 현재의 또 다른 두드러진 차이점은 자산 시장, 특히 소형주의 움직임에서 관찰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분석에 따르면, 1975년부터 1977년까지 소형주는 3년 연속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자산군이었습니다. 이는 1973~1974년 주식 시장 붕괴 당시 반토막 가까이 하락했던 소형주들이 이후 급격한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워드 책임자는 현재 소형주들이 1970년대와 같은 급락 후 급반등 패턴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2020년대에 소형주가 다시 시장 수익률을 상회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먼저 대규모 폭락 이후의 회복 국면이 필요하지만, 아직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스위스 금융그룹 시즈그룹의 샤를 앙리 몽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970년대와 현재의 경제 구조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1970년대는 목표치를 훨씬 웃도는 고착화된 인플레이션, 정체된 경제 성장, 그리고 취약한 정책 체계를 특징으로 했다"며, "현재는 이러한 현상들이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몽쇼 CIO는 현재 시장 상황이 1970년대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중요한 경제 구조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특히 대형 기술주에서 실물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 가능성을 제기하며, 구리, 철강, 핵심 광물 등이 이러한 흐름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헤지 및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실물 자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현재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국제 유가 상승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경기 둔화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상치 못한 공급망 충격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산은 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거시 경제 지표와 지정학적 상황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며 신중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