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건설이 2024년 대규모 손실과 부채비율 588%를 기록하며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책임준공 약정액 급증과 건설업 전반의 불황이 부도 위험을 현실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중견 건설사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구조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확산되고 있다.
금호건설이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국내 중견 건설사 전반의 부도 도미노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4년 경영실적에 따르면 금호건설은 단일 회계연도에만 2,28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588%에 달해 회생 불능 수준의 재무구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4년 3분기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는데, 매출원가율이 100.8%를 기록하며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수익이 실질적으로 손실로 전환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대규모 터널 공사에서의 손실, 지체보상금 지급, 민관 합동사업 계약 해지로 인한 일회성 비용이 집중 발생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단기 손실만이 아니다. 금호건설은 지속적인 외부자금 의존에 기반한 고위험 구조를 유지해 왔으며, 현재 이자보상배율은 1 미만으로, 영업이익으로도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회사를 지탱하는 수익구조 자체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을 의미하며, 향후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취약한 상태임을 시사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책임준공’ 구조에 있다. 중견 건설사들은 대형사와 달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공사 완료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책임준공을 요구받는다. 금호건설은 현재 자본대비 책임준공 약정비율이 680%에 이르며,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사실상 자기자본의 여섯 배가 넘는 규모의 공사에 대해 ‘보증’을 서고 있다는 의미로, 단 한두 건의 미분양 혹은 시행사 부도만으로도 치명적인 손실을 떠안을 수 있는 구조다.
실제 금호건설의 책임준공 약정 총액은 2조 8,400억 원이며, 그중 우발채무는 7,800억 원, 실제 위험노출액은 4,900억 원으로 추산된다. 2024년 말 기준으로 회사 자본총계가 약 2,200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기업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이다.
금호건설의 위기는 단순한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2025년 1분기 동안 9개의 중견 건설사가 부도 처리됐으며, 이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이다. 자진 폐업 신고를 낸 건설사 수만 해도 1,000곳에 달한다. 이처럼 중소형 건설사들의 줄도산은 이미 업계 전반에 리스크 확산을 예고하는 경고음으로 해석된다.
금호건설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부도 위기를 겪고 법원의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전력이 있다. 당시 인수합병 실패와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법적 구조조정을 받았으며, 이후 회생을 거쳤지만 이번 위기는 구조적 문제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호건설이 지속적으로 보증을 늘려가며 일감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구조는, 쉽게 말해 ‘카드 돌려막기’에 가까운 재무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무건전성 악화 속에서도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하려면 더 많은 보증을 서야 하고, 이는 다시 기업 부채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위기가 금호건설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상위 100대 건설사 중 3곳만이 부실 징후가 있었지만, 2024년에는 11곳, 2025년에는 15곳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과소 추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로는 20~30개 업체가 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건설업 전반의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지방을 중심으로 한 미분양 리스크, 분양가 하락, 공사 지연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중견 및 중소형 건설사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이미 1차 하청업체들도 연쇄적인 자금 경색을 겪고 있고, 현장에서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금호건설의 주가는 2021년 고점 대비 약 99.8% 하락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욱이 현재의 금리 수준과 PF 자금조달 여건 악화는 건설사들의 구조적 위기를 심화시키는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응 역시 중요한 분기점에 와 있다. 단기적인 자금 지원이나 유예조치는 위기 상황을 일시적으로 모면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건설사의 재무투명성 확보, 책임준공제도의 개선, 공공주택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산업 구조의 재정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호건설의 현재 상황은 단지 하나의 기업 사례가 아닌,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부실기업의 연쇄 도산은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궁극적으로 실업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전방위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용어 해설
부채비율: 기업의 총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 수치가 높을수록 외부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크며, 재무 건전성에 위협이 된다.
책임준공: 건설사가 프로젝트 완공을 법적으로 보증하는 제도. PF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시행사나 금융기관과 약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자보상배율: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