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AI 추론 칩 개발 소식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현지시간 29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바바가 AI 추론 작업에 특화된 새로운 칩을 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칩은 기존 중국 내에서 생산되던 칩들과 비교했을 때 범용성이 강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칩 제조 공정에 대만 TSMC가 아닌 중국 현지 업체가 참여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의 자립도를 높이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다만, 이 칩의 구체적인 성능 지표나 제조 파운드리(팹)에 대한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엔비디아의 H20 칩이 AI 모델의 훈련(training)과 서비스(inference) 모두에 활용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춘 것과 달리, 알리바바의 신규 칩은 서비스 전용으로 알려졌습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내 팹의 경우 노후화된 장비와 미국의 첨단 기술 접근 제한이라는 이중고로 인해 생산량 확대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국, 엔비디아 대체 칩 경쟁 가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엔비디아의 대안을 자처하는 AI 칩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선도적인 기술 기업 중 하나인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AI 칩 '어센드 920'을 공개하며 H20의 대항마로 내세웠습니다. 화웨이는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 칩 'GB200 NVL72'에 대응하기 위해, 무려 384개의 어센드 910C 칩을 탑재한 'AI 클라우드매트릭스 384' 서버 솔루션을 공개하며 기술적 우위를 과시했습니다.

이어 7월에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메타엑스(MetaX)가 새로운 칩을 선보였습니다. 이 칩은 H20 대비 더 큰 메모리 용량을 제공하여 일부 AI 작업에서의 성능 향상을 기대하게 하지만, 동시에 높은 전력 소모량이라는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메타엑스 측은 현재 이 칩의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지원과 현실적 제약

이러한 중국 내 AI 칩 개발 경쟁은 중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84억 달러 규모의 AI 펀드를 포함하여, 국가 차원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 육성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기술 제재에 대한 대응과 함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전략적 목표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AI 칩이 엔비디아의 성능을 완전히 따라잡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실제 중국 현지의 엔지니어들은 화웨이를 포함한 일부 국산 칩에서 과열 및 잦은 고장과 같은 문제점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칩 설계뿐만 아니라, 소재, 제조 공정, 테스트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기술적 성숙도가 요구됨을 시사합니다.

시장 반응 및 투자 심리

알리바바의 신규 AI 칩 개발 소식은 해당 기업의 강력한 실적 발표와 맞물려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소식이 알려진 당일, 알리바바의 주가는 12%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시장이 알리바바의 기술 혁신 역량과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반면, 이러한 중국 기업들의 추격 움직임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날 3% 하락했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 역시 3% 넘게 떨어지며 투자 심리 위축을 반영했습니다. 이는 AI 칩 시장의 경쟁 심화 가능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알리바바는 자체 칩 개발과 더불어 엔비디아를 포함한 다른 제조사의 칩도 계속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은 다양한 칩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