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 기술 기업 알리바바와 바이두가 엔비디아 칩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개발한 반도체로 인공지능(AI) 모델 훈련에 나섰습니다. 이는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모델 개발에 자체 칩을 활용하는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기술 자립 정책과 맞물려, SMIC 등 중국 파운드리가 칩 생산을 담당하며 자국 칩 산업의 성장을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중국의 선도적인 기술 기업인 알리바바와 바이두가 인공지능(AI) 모델 훈련에 있어 엔비디아 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모델 개발에 자체 설계 칩을 사용하는 첫 사례로 알려져, 중국의 반도체 자립 노력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중국 빅테크, 자체 AI 칩 개발 및 활용 박차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현지시간 11일, 다수의 관계자를 인용하여 알리바바가 자체 설계한 ‘전우(Zhenwu)’ 프로세서를 이용해 소형 AI 모델 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바이두는 ‘쿤룬 P800(Kunlun P800)’ 칩을 활용하여 차세대 대형언어모델(LLM) ‘어니(Ernie)’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최첨단 AI 모델 개발의 경우, 여전히 성능과 안정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엔비디아의 칩을 병행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구글의 'TPU'나 아마존의 '트레이니엄(Trainium)'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자체 칩과 엔비디아 칩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불과 최근까지만 해도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자체 개발 칩보다는 엔비디아 칩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반면, 딥시크(DeepSeek)나 아이플라이텍(iFlytek)과 같은 기업들은 화웨이의 칩을 사용한다는 소식이 간간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자체 칩의 성능과 중국 내 생산
알리바바의 ‘전우’ 칩은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 전용으로 공급되는 엔비디아의 ‘H20’ 칩과 경쟁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차세대 ‘전우’ 칩은 이전 세대인 ‘A100’ 칩의 성능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바이두의 ‘쿤룬 P800’ 칩은 모델 학습과 추론을 동시에 지원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최근에는 오픈 소스 모델의 사후 훈련(post-training)에도 활용되는 등 다목적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들 칩의 생산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강력한 수출 규제로 인해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선단 파운드리 업체와 중국 기업 간의 협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중국 내 생산 능력 확보는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과거 ‘전우’ 칩 생산을 위해 TSMC에 의존했으나, 미국 정부의 제재 강화 이후 생산 라인을 중국 내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정부 정책과 칩 자립의 미래
이러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기술 자립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중국 정부의 고문 역할을 수행해 온 웨이 사오쥔 칭화대학교 교수는 최근 “미국 기술에 대한 종속 위험이 매우 크다”며, “중국은 기존 GPU 구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대형 AI 모델에 특화된 신규 칩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화웨이와 캠브리콘(Cambricon) 등 다른 중국 기업들도 자국 내 반도체 공장에서 AI 가속기 생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계획대로 생산량을 늘린다면, 2026년까지 100만 개 이상의 중국산 AI 가속기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첨단 반도체 공정 능력의 한계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급 문제는 중국산 AI 칩의 대량 생산 및 성능 향상에 병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로서는 엔비디아 칩의 성능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기술적 격차가 존재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러한 기술적, 공급망적 난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국 칩 자립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고객들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과 오픈 소스 모델을 실행할 수 있는 최적의 기술을 선택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는 시장의 선택은 결국 기술력과 효율성에 달려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