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AI 기업 앤트로픽과 작가들 간의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 저작권 침해 소송 합의를 승인했습니다. 이는 AI 저작권 분쟁에서 나온 첫 합의 사례이자 역대 최대 규모로, AI 기업들에게 창작자의 권리 존중을 경고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의 이면에 드리워진 저작권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주요 AI 개발사 중 하나인 앤트로픽(Anthropic)이 작가들과의 대규모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15억 달러(약 2조 원)에 달하는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미국 법원의 이번 승인은 AI 기술과 창작물 간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중요한 결정으로 해석됩니다.
AI 기업, 대규모 저작권 합의 승인… 2조 원 배상 규모
현지 시간으로 2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은 생성형 AI 기업 앤트로픽을 상대로 한 작가들의 집단 소송에서 제시된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합의안을 공식적으로 승인했습니다. 이번 합의는 인공지능 기술 분야에서 발생한 저작권 침해 분쟁과 관련하여 성사된 첫 사례이며, 지금까지 공개된 저작권 관련 배상 규모 중 역대 최대치에 해당합니다.
불법 데이터베이스 이용 주장과 앤트로픽의 입장
이 소송은 지난해 작가 안드레아 바르츠(Andrea Barths), 찰스 그레이버(Charles Graeber), 커크 월리스 존슨(Kirk Wallace Johnson) 등이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앤트로픽이 '라이브러리 제네시스(Library Genesis)' 및 '파이어릿 라이브러리 미러(Z-Library)'와 같은 불법 데이터베이스에서 수많은 책을 무단으로 다운로드하여 자사의 AI 모델 학습에 활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작가 측은 이러한 행위가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지적하며 법적 책임을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앤트로픽은 지난달 초, 문제가 된 책 한 권당 약 3,000달러와 이자를 지급하고, 해당 학습 데이터를 모두 파기하겠다는 조건을 포함한 합의안을 법원에 제출하며 사태를 봉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앤트로픽 측은 이번 합의가 "일부 자료의 취득 방식에 관한 좁은 범위의 청구를 해결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이번 결정으로 안전한 AI 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AI 기업의 '공정 사용' 주장과 법원의 판단
그동안 많은 AI 기업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에 대해 '공정 사용(Fair Use)' 원칙을 주장하며 법적 면책을 시도해왔습니다. '공정 사용'은 저작권법상 제한된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원칙입니다. 하지만 이번 앤트로픽의 합의안 제출은 불법 복제물을 AI 학습에 사용한 사실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메타(Meta) 역시 유사한 혐의로 다수의 저작권 소송에 직면해 있는 상황입니다.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원칙적으로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교육, 비평, 뉴스 보도, 연구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률적 원칙입니다. 다만, '공정 사용'의 범위와 인정 여부는 각국의 법률 및 판례에 따라 매우 복잡하고 다툼의 소지가 많습니다.
담당 판사인 윌리엄 알섭(William Alsup) 연방 판사는 당초 합의안에 대해 "저자들에게 충분히 통지되고 공정하게 보상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보류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몇 주간의 면밀한 검토 끝에 잠정적인 승인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최종 승인 여부는 합의 과정에서 작가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고, 이후 청구 절차가 모두 완료된 후에 최종적으로 판단될 예정입니다.
- 합의 금액: 15억 달러 (약 2조 원)
- 소송 제기 시점: 지난해
- 소송 주체: 작가 안드레아 바르츠, 찰스 그레이버, 커크 월리스 존슨 등
- 혐의 내용: 불법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AI 학습용 데이터 무단 수집 및 활용
- 앤트로픽 제시 조건: 책 1권당 약 3,000달러 및 이자 지급, 문제 데이터셋 파기
AI 시대, 저작권 보호의 미래는?
이번 앤트로픽 사태의 합의 승인은 AI 기술 발전과 창작물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업계와 법원의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AI 기업들이 창의적인 콘텐츠를 학습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원저작자의 권리를 어떻게 존중하고 보상할 것인가는 AI 기술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이번 합의는 AI 저작권 분쟁에서 중요한 선례를 남겼지만, 모든 AI 기업에 적용되는 표준이 되기까지는 추가적인 법적 판단과 업계의 자율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AI 학습 데이터셋 구축 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와 창작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 체계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데이터셋 확보의 어려움이 AI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오히려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소송 리스크를 더욱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AI 개발사들에게는 데이터 수집 및 활용 방식에 대한 재검토를, 창작자들에게는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동시에 제시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AI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고 사회 전반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저작권 문제는 더욱 첨예한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