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6-05-26 | 수정일 : 2026-05-26 | 조회수 : 993 |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 출시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전망입니다. 차세대 HBM4 공급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두 기업의 협상력 증대가 예상됩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컴퓨팅 플랫폼인 '베라 루빈(Vera Rubin)' 출시를 앞두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차세대 AI 서버 랙의 부품 원가(BOM)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대비 435% 폭증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국내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 베라 루빈, 메모리 비용 435% 폭등… HBM4 공급 주도권 경쟁
26일 외신과 모건스탠리 등 주요 증권사 자료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차세대 VR200 NVL72 AI 서버 랙 1대의 예상 부품 원가는 약 780만 달러(약 118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이전 세대인 GB300 NVL72의 399만 달러 대비 약 95%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메모리 비용의 급증입니다. VR200 NVL72의 메모리 비용은 기존 37만3,939달러에서 200만1,600달러로 무려 435%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체 랙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9%대에서 25% 안팎으로 크게 확대될 전망입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원가 역시 252만 달러에서 396만 달러로 증가하지만, 증가율은 57% 수준입니다. 산술적으로 증가하는 랙 원가의 40% 이상이 메모리에서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AI 서버 경쟁은 이제 GPU 확보를 넘어, 이를 뒷받침할 고성능 메모리의 안정적인 확보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는 메모리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입니다.”
차세대 베라 루빈 플랫폼의 핵심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4세대, 즉 HBM4입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GPU 바로 옆에 배치하는 고성능 메모리로, AI 모델의 대규모 연산을 지원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AI 모델의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HBM의 성능과 용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차세대 HBM4의 공급 구도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아직 엔비디아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SK하이닉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삼성전자가 그 뒤를 이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일부 시장 추정치에 따르면, 초기 HBM4 공급 물량 비중은 SK하이닉스가 50~70%, 삼성전자가 20~30%,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10~20% 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고객사 인증, 수율, 가격 조건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3와 HBM3E를 통해 엔비디아 공급망에서 이미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HBM4의 최초 양산 출하를 계기로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으며, 마이크론 또한 HBM4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어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서는 공급 구도에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 VR200 NVL72 랙 비용 추정치 (모건스탠리) | ||
|---|---|---|
| 항목 | 기존 (GB300 NVL72) | 차세대 (VR200 NVL72) |
| 총 부품 원가 (BOM) | 399만 달러 | 780만 달러 |
| 메모리 비용 | 37만3,939 달러 | 200만1,600 달러 |
| 메모리 비중 (%) | 9% | 25% |
| GPU 비용 | 252만 달러 | 396만 달러 |
◇ 증권가, 실적 전망 상향… 고용량 D램 수요 확대
이러한 HBM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국내 증권가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 실적 전망도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매출액을 708조원, 영업이익을 367조1천억원으로 전망했으며, 이 중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356조7천억원, 메모리 부문 영업이익은 361조3천억원으로 내다봤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판매단가(ASP) 상승률을 각각 273%, 291.8%로 제시하며,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인 SoC(System on Chip)와 HBM4의 출하 증가가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목표가를 55만원으로 제시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708조원, 377조원으로 추정하며 목표가를 57만원으로 상향했습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매출액을 353조원, 영업이익을 267조원으로 전망하며, HBM 가격 인상 가시화와 추론 수요 증가에 따른 낸드 업황 개선 속도가 예상치를 웃도는 점 등을 근거로 목표가를 380만원으로 100% 상향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도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380만원으로 올리며, HBM으로 촉발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구조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퍼스케일러와의 장기공급계약(LTA) 기간이 1년에서 최대 5년으로 확대되면서 중장기 물량 변동성이 줄고, 판매단가 상승으로 영업이익률 하방 리스크가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1곳의 하이퍼스케일러와 LTA 계약을 완료했고 추가 계약이 임박했으며, SK하이닉스는 4곳과 LTA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파악됩니다.
메모리 수요 확대는 HBM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차세대 AI 서버는 고용량 D램, LPDDR 계열 메모리, 엔터프라이즈 SSD 등 다양한 종류의 메모리를 필요로 합니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빠르게 불러오는 능력 또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HBM 생산 확대로 인한 범용 D램 공급 감소는 전체 D램 가격 상승을 지지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변수도 존재합니다. VR200 NVL72 랙의 높은 원가는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AI 서비스 매출 성장이 인프라 투자 비용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고객사들의 발주 속도가 조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AI 시장의 성장 추세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 증가를 고려할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사업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latte1971@gmail.com)
문화경제일보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