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90달러선을 돌파하며 100달러 돌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 상승을 부추기며, 과거 사례처럼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90달러선을 뚫고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세계 경제에 또다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공포가 드리우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은 기름값을 한층 더 밀어 올릴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유가 급등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기름길 막히면 '세 자릿수' 유가 현실화? 🚢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 대비 9.89달러(12.21%) 폭등하며 배럴당 90.9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는 지난해 9월 28일 이후 최고치입니다. 브렌트유 선물 역시 하루 만에 8.52% 급등해 배럴당 92달러대를 기록하며 동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유가 상승세의 배경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영국 해상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은 단 한 척도 없었습니다. 사실상 '기름길'이 막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불과 몇 주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공급 부족 시나리오와 충격
리서치 업체 번스타인은 해협 봉쇄 시나리오를 다양한 기간별로 분석했습니다. 1~3개월의 제한적인 공급 차질만 발생해도, 기존에 예상했던 2026년의 일일 280만 배럴 공급 과잉은 180만 배럴의 공급 부족으로 뒤바뀔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6개월 동안 생산 시설이 장기 폐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이 경우, 일일 56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이 발생하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번스타인은 "6개월 폐쇄 시나리오는 경기 침체 영역에 진입하는 수준이며, 세계 경제에 잠재적으로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1~3개월 공급 차질: 2026년 일일 180만 배럴 공급 부족
- 6개월 장기 폐쇄: 일일 560만 배럴 공급 부족, 브렌트유 110달러 돌파 예상
되살아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
역사적으로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했던 시기들은 세계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불안이 유가 급등을 불렀고, 그 이전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2011년 아랍의 봄, 2012~2014년 이란 핵 문제 관련 제재 시기에도 유가는 역대급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이러한 고유가 시기마다 세계 경제는 물가 상승 압력과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시달렸습니다. 선진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유가 급등은 미국의 1분기 인플레이션을 약 1%포인트 상승시켰으며, 연간으로는 0.5%포인트 가까이 기여했습니다. 또한, 그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3%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또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약 1%포인트 상승시키고 경기 침체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아시아 경제 취약성 부각
ING는 이번 유가 급등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으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을 지목했습니다. 특히 한국, 태국, 베트남, 대만, 필리핀 등은 더욱 취약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ING는 이들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국제유가가 단 10%만 상승해도 경상수지가 40~60bp 악화할 수 있으며,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일부 국가의 적자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중동발 공급 차질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급등할 경우, 세계 성장률을 0.4%포인트, 전 세계 CPI는 0.7%포인트 각각 상승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들은 유가 상승이 실질 소득과 소비자 지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캐나다 및 일부 남미 경제권과 같은 산유국들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낙관론도 제기됩니다. IG의 토니 시카모어 애널리스트는 "이번 달 원유 가격이 거의 20% 올랐음에도 현재 가격은 지난 4년 평균보다 겨우 3.40달러 높은 수준"이라며, 급등세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유가 안정 대책, 변수 될까? 🇺🇸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유가 안정 대책이 향후 시장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원유 선물 시장 개입, 제재 예외를 통한 추가 공급 확보, 중동 항로 유조선 보호, 전략비축유(SPR) 활용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원유 선물 시장 개입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공급 제약 완화를 위해 인도 정유업체들에 러시아산 석유 구매에 대한 30일간의 임시 제재 면제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중동 걸프 항로의 에너지 운송 안정을 위해 유조선에 대한 해군 호송 및 정치적 위험 보험 제공 방안도 제시된 바 있습니다.
전략비축유(SPR) 활용 가능성
전략비축유(SPR)의 경우, 즉각적인 방출보다는 향후 활용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미국 SPR에는 약 4억 1,500만 배럴의 원유가 비축되어 있으며, 대통령의 긴급 방출 명령 시 에너지부는 13일 이내에 시장에 원유를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루 100만 배럴씩 공급할 경우 약 1년 반 동안 지속적인 시장 공급이 가능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SPR 활용 가능성에 대해 "가격 압력을 조금 낮추기 위해서라면 할 수도 있다"며, "유가는 실제로 오르겠지만 다시 매우 빠르게 내려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