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1-16 | 수정일 : 2025-11-21 | 조회수 : 993 |

[서평] 『나이 들고 싶은 동네』 - 늙고 혼자여도 괜찮은 돌봄의 관계망 만들기
핵심 요약
『나이 들고 싶은 동네』는 돈이나 가족 없이도 안심하고 늙을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하여, 국가나 가족이 아닌 '서로 돌보는 관계망' 구축을 통한 노후 불안 해소 방안을 제시합니다. 서울 은평구의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10여 년 역사를 통해, 제도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대안적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개인의 불안에서 출발해 '연결감'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적 돌봄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존엄한 노후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안합니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에서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가족 해체와 1인 가구 증가 추세 속에서, 재테크나 연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노후 돌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고민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책 『나이 들고 싶은 동네』(유여원, 추혜인 지음, 반비)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희망적인 전망을 넘어, '국가나 가족'이라는 틀을 벗어나 '서로 돌보는 관계망'을 통해 어떻게 늙고 혼자인 삶에서도 안심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생생한 기록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이 들고 싶은 동네』는 서울 은평구에 자리한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2012년 창립 이후 10여 년간의 여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돈이 없어도, 가족이 없어도 안심하고 늙을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된 살림의 발걸음은, 국가나 기존 제도의 지원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대안적인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살림은 조합원의 출자금으로 지역 사회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입니다. 살림의원, 살림치과, 살림한의원 등 여러 의료기관을 운영하며 현재 5,000명 이상의 조합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질병 치료를 넘어, 조합원들의 건강과 삶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돌봄 체계를 지향함을 의미합니다.
살림의 의료진은 환자의 질병 치료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생활 환경과 맥락까지 살피는 전인적 치료를 추구합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직접 집을 방문하는 왕진 서비스는 물론, 한글을 몰라 식단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를 위해 한글 교실을 연계해주는 등 의료 서비스를 넘어선 폭넓은 지원을 제공합니다. 이는 환자를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살림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살림은 의료기관의 역할을 넘어, 다양한 돌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실험들을 이어왔습니다. 병원에 입원할 필요는 없으나 집으로 바로 돌아가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일시 보호 및 재활 공간인 '케어B&B'를 시범 운영했으며, 인지증 환자와 보호자들이 편안하게 교류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서로돌봄카페'도 운영 중입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기존 시스템이 채우지 못하는 틈새를 지역 사회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메워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나이 들고 싶은 동네』는 돌봄을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의 의무가 아닌, 공동체의 선택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조합원들이 단순히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혜자에 머무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공동체 형성에 참여하고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통해 구체화됩니다.
유여원, 추혜인은 "이건 우리의 '노후 준비'예요"라고 말하며, 단순히 돈을 모으는 행위를 넘어 타인과 관계 맺고 서로를 돌보는 방식을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노후 준비임을 강조했습니다.
조합원들은 함께 여성주의를 공부하는 '여성주의학교'에 참여하며 연대의식을 다지고, 자신이 원하는 돌봄과 죽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돌봄장 및 유언장 작성'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합니다. 이는 노후를 수동적으로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계획하는 과정임을 시사합니다.
또한, 등산, 풋볼, 훌라 댄스 등 다양한 소모임을 통해 이웃 간의 촘촘하면서도 느슨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연결감'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일상적인 교류는 돌봄이 필요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든든한 사회적 자산이 됩니다.
살림의 운동센터 '다짐'은 "기계가 아니라 관계로 건강해집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의학적 수치나 첨단 장비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는 건강이 결국 사람 간의 관계에서 비롯됨을 보여줍니다. 누군가 운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걱정되어 연락하고, 모임에서 절친이 되는 등, 관계 속에서 건강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습니다.
『나이 들고 싶은 동네』는 단순한 돌봄 시스템 구축을 넘어, 인간다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책 전반에 흐르는 저자들의 메시지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희망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살림 공동체의 대표 철학은 "끝까지 나답게 살다가 아는 얼굴들 사이에서 죽고 싶다"는 문구로 집약됩니다. 이는 '죽음과 돌봄에 있어서의 자기 결정권'과 '선택지의 다양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가치를 통해 구체화됩니다.
이러한 철학은 살림의 '팀 주치의' 제도와도 연결됩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주치의다"라는 말은, 돌봄과 위로, 자원 연결이 의료인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선언합니다. 돌봄은 호혜적이고 평등하게 여러 방향으로 흘러야 하며, 동네 전체가 돌봄을 함께 나누는 구조 속에서 노후의 불안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책의 결론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책은 비혼과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혈연 중심의 돌봄 체계가 가진 한계를 명확히 지적합니다. 그리고 돈이나 제도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간의 '연결감'이야말로 노후 준비의 핵심임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없는 제도는 직접 만들어가고, 돌봄의 공백을 스스로 채워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논리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적 공동체의 가능성을 증명합니다.
『나이 들고 싶은 동네』는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실질적인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 추천 대상
노후의 불안을 느끼는 모든 사람: 특히 비혼이거나 1인 가구로서 노후 돌봄을 걱정하는 분들
대안적인 삶의 방식이나 공동체에 관심 있는 활동가 및 주민: 제도의 빈틈을 메우고 새로운 커뮤니티 케어의 지도를 짜나가는 실제 사례를 보고 싶은 분들
예비 의료인 및 동료 의사: 동네에서 주치의로 사는 삶이 가능하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고 싶어하는 젊은 의대생이나 의사들
돌봄 종사자 및 사회복지 전문가: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의 궁극적인 모습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분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현실적인 대안 제시에 있습니다. 살림의 이야기는 단순히 선의에만 기댄 것이 아니라, 환자(조합원)가 운영의 주체로서 의료기관 운영에 참여하고 약제 도입을 결정하는 등 민주적인 구조를 통해 돌봄을 지속 가능하게 만든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누구라도, 뭐라도, 하나라도 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 돌봄 매트릭스의 실제를 보여주며, 넉넉한 재물이 아닌 촘촘하고 느슨한 '연결감'을 통해 존엄한 노후가 완성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 구분 | 내용 |
|---|---|
| 제목 | 『나이 들고 싶은 동네』 |
| 저자 | 유여원, 추혜인 |
| 출판사 | 반비 |
| 쪽수/가격 | 384쪽 / 2만원 |
(jinzao77@naver.com)
책사인중모(책을사랑하는인천중구모임) 대표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 사무국장
한국민들레작은도서관 운영위원장
신포동 주민자치회 마을환경분과위원회 위원
전) 늘편한요양원 관리책임자
전) 송파노인종합복지관 노인돌봄사업 서비스관리자
전) 요한노인복지센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