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정부 셧다운이 43일 만에 해제되었으나,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급락 마감했습니다. 시장은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 패턴을 보이며 셧다운 해제 재료 소멸 후 AI 거품론과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한 우려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미국 연방 정부의 역대 최장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이 43일 만에 공식 해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시장 참가자들은 셧다운 해제라는 재료가 소멸하자, 그동안 후순위로 밀려났던 인공지능(AI) 거품론과 향후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한 경계감으로 빠르게 전환하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역대 최장 셧다운 종료, 주식 시장의 '뉴스에 판다' 심리
현지시간 1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97.60포인트(1.65%) 하락한 47,457.22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13.43포인트(1.66%) 내린 6,737.4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536.10포인트(2.29%) 급락한 22,870.36으로 마감했습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시 예산안에 서명하면서 43일간 이어졌던 연방 정부의 셧다운이 공식적으로 해제되었습니다. 셧다운 기간 동안 발표가 지연되었던 주요 경제 지표들이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발표될 예정이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주 금요일 오후, 일부 민주당 상원의원이 셧다운 해제를 위한 임시 예산안 합의에 동참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지수는 이미 큰 폭으로 반등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해제 기대감은 이번 주 월요일까지 이어지며 주가에 빠르게 선반영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셧다운 해제라는 '뉴스'가 현실화되자, 투자자들은 이를 차익 실현의 기회로 삼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 전통적인 시장 격언을 따르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와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시그널
이번 투매 현상은 셧다운이라는 불확실성 요인의 소멸과 더불어, 향후 금융 시장을 움직일 새로운 재료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연이은 '매파적(hawkish)' 발언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12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48.1%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장중 50%를 넘어서며 금리 인하를 낙관하던 분위기와는 다소 멀어진 수치입니다. 셧다운 기간 동안 쌓였던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인 발언이 이제야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매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도 "현재로서는 노동시장이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확률이 높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 시점에서 통화정책이 고용시장에 대해 추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역시 "우리는 매우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한다"면서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완화적이지 않으면서 추가 완화를 할 수 있는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또한 "인플레이션은 약 3% 수준으로 여전히 너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발언들은 연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AI 거품론 재부상,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일제히 하락'
인공지능(AI) 관련주의 고평가 논란, 이른바 'AI 거품론'은 이제 장기적인 시장의 테마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날 급락 흐름 속에서 AI 및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필리 지수)는 3.72%라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필리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는 3.58% 하락했으며, 브로드컴, AMD, 인텔, Arm, 램리서치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5% 안팎의 낙폭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AI 밸류에이션에 대한 회의론은 특히 오라클의 주가 움직임에서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지난 9월 오픈AI와의 초대형 계약 소식으로 하루 만에 36% 폭등하며 345달러까지 치솟았던 오라클 주가는 이날도 4.15% 하락하며 217.57달러까지 밀려났습니다. 이는 오픈AI와의 계약이 상당 부분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았으며, 대규모 부채를 통해 설비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폭등 이전 수준보다 더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게 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1.65%
- S&P 500지수: -1.66%
- 나스닥종합지수: -2.29%
-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3.72%
- 엔비디아: -3.58%
- 오라클: -4.15%
- 테슬라: -6.64%
- 월트디즈니: -7.75%
광범위한 업종 하락세, '빅테크'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에너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업종이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기술(Technology) 및 임의소비재(Consumer Discretionary) 섹터가 2% 이상 밀리며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습니다. 산업(Industrials), 금융(Financials), 통신서비스(Communication Services), 유틸리티(Utilities), 부동산(Real Estate) 등도 1%대 하락률을 기록하며 전반적인 약세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시가총액 1조 달러 이상의 거대 기술 기업들 역시 메타(Meta)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락했습니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Tesla)는 6.64% 급락했으며, 알파벳(Alphabet)과 아마존(Amazon) 역시 2%대 하락률을 기록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최근 기술주와 달리 상대적으로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던 우량주(Blue-chip stocks)들 역시 이날은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월트디즈니(Walt Disney)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엇갈린 지표를 나타내며 주가가 7.75% 떨어졌습니다. 또한,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가 3.99%,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가 3.41% 하락하는 등 금융 섹터의 하락 역시 우량주 위주로 구성된 다우 지수를 끌어내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전 거래일 대비 2.49포인트(14.22%) 급등한 20.00을 기록하며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