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유심 교체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실물 유심을 교체하지 않고도 동일한 보안 효과를 제공하는 ‘유심 재설정’ 솔루션을 공식 도입했다. 기존에 저장된 금융인증서, 교통카드, 연락처 등은 그대로 유지되며, 사용자 인증 정보만 변경해 보안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11일 SK텔레콤은 유심에 탑재된 ‘사용자 식별·인증 정보’ 일부를 변경하는 방식의 유심 재설정 기능을 발표하며, 유출 우려가 있는 유심 정보를 무력화하고 시스템 접속을 차단하는 보안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변경된 인증 정보는 유심 교체와 동일한 보안 효과를 가지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재설정만으로 기존 서비스를 거의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이 솔루션은 금융기관 인증서, 티머니, 연락처 등 유심 내 저장된 정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금융기관 신규 인증이 필요 없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별도의 복잡한 절차 없이 빠르게 일상 서비스를 복원할 수 있다. eSIM 사용자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SK텔레콤은 초기에는 유심 교체 안내 문자를 받은 후 T월드 매장을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 재설정을 제공하며, 향후 점차 적용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유심 재고 확보가 예정된 12일부터는 유심 교체 예약 고객에게도 일정을 본격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다. 재설정 고객이 향후 실물 유심으로 교체를 원할 경우 전국 T월드 매장에서 1회 무료로 교체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심 재설정은 실물 교체와 동등한 보안 효과를 가지면서, 보다 간편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며 “고객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유심 교체 또는 재설정 중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SK텔레콤 일일 브리핑에 따르면, 자정 기준 누적 유심 교체 고객은 약 143만 명이며, 대기 중인 예약 고객은 722만 명에 달한다. 회사는 다음 달까지 총 1,077만 개 유심을 확보할 예정으로, 조만간 재고 부족 사태가 해소될 전망이다.
임봉호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은 “다음 주부터는 유심 재고 부족으로 인해 교체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급 안정화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류정환 인프라 전략기술센터 부사장은 “초기 해킹 사고로 유심 부족과 금융기관 재인증 등의 불편이 있었지만, 유심 재설정을 통해 보안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페이의 경우에도 두 차례 클릭만으로 기존 서비스를 복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솔루션이 유심 무료 교체에 따른 SK텔레콤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백만 건에 달하는 유심 교체에 따른 재고 확보, 물류, 인건비, 매장 운영 등 다양한 비용 요소를 고려했을 때, 유사한 효과를 저비용으로 실현할 수 있는 재설정 방식이 기업 입장에서는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보안성과 고객 편의를 모두 고려한 기술적 대응”이라며 “이번 솔루션은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 가치로 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류 부사장은 유심 재설정 솔루션 개발 과정에 대해 “장비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노드와의 연동이 필요한 복잡한 과정이었다”며 “연결 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심 재설정 과정에서 대리점과 본사 서버 간의 교신 보안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류 부사장은 “망에서 유심 정보를 받아야 하는 시스템 구조상 셀프 유심 재설정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로밍 이용자도 유심 재설정과 관련한 보호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12일 야간부터 관련 서비스 고도화가 진행된다. 고객신뢰회복위원회는 현재 위원 구성 중이며, 1~2주 이내 출범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SK텔레콤은 밝혔다.
류 부사장은 “현재 운용 중인 망과 유심 인증키의 암호화 연동 등 기술적 보완 작업을 합동조사단과 협력 중이며, 문제 해결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용어 해설
유심 재설정: 기존 유심을 교체하지 않고 인증 정보만 일부 갱신하여 보안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정보는 그대로 유지된다.
eSIM: 스마트폰에 내장된 디지털 유심으로, 별도의 실물 없이 통신사 정보를 기기 내에 저장·변경 가능하다.
고육지책: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임시방편적 조치로, 이상적이진 않지만 불가피하게 선택되는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