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고위급 무역 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8일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자 '종소리(鐘聲)' 평론을 통해 '중국은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지만,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평등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측이 진정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말에는 신뢰가 있고 행동에는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言必信 行必果)'는 정신에 따라 중국 측과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교류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민일보는 미국의 일방적인 고율 관세 조치에 대해 '자국과 세계에 가져온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직시하고, 대화의 진정성을 발휘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관세 철폐를 촉구했다. 특히 '말과 행동이 다르거나 대화를 빙자해 강요와 협박을 가한다면 중국 측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칙적인 입장이나 국제 공정과 정의를 희생한 어떤 합의도 이루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회담이 미국 측 요청에 따라 열리는 점도 강조됐다. 인민일보는 '중국은 국제 공정과 정의를 지키고,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수호하려는 입장과 목표를 변함없이 견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에 대해 관세를 남용하고 극한 압박만 가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계산이며, 중국은 끝까지 맞서 싸울(奉陪到底·봉배도저) 강력한 자신감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역시 이날 사설을 통해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는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회담의 실질적인 진전 여부는 미국이 진정성을 보여주고 상호 존중과 평등한 협의에 나설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의 관세 정책과 관련한 입장이 오락가락해온 점을 꼬집으며, '중국은 양자 관계와 세계에 대해 책임감 있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협상 개시는 미국의 메시지를 면밀히 분석하고, 세계의 기대와 중국의 국익, 미국 산업계와 소비자들의 요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협력하면 이익을 얻고 대립하면 손해를 본다'며, '진정성과 협력을 통해 중국과 미국, 세계에 이익이 되는 진정한 '빅딜'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을 앞둔 7일(현지시간), 대중국 관세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회담 전 유리한 협상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담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중국 결제실세’로 불리는 허리펑 부총리가 5월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관세 문제 등 무역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달 미국은 상당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125%의 보복 관세를 매겼다. 이로 인해 현재 양국 간 무역은 사실상 단절된 상태로, 이번 회담은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중대 기회로 평가되고 있다.
용어 해설
종소리(鐘聲): 인민일보의 고정 평론 칼럼으로,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주요 입장을 반영하는 공식적 논평 창구.
보복 관세: 상대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여 부과하는 관세로, 무역 보복 조치의 일환이다.
빅딜(Big Deal): 복수의 주요 현안을 일괄 타결하는 방식의 협상 결과를 의미하며, 상호 양보와 타협이 수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