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전쟁 재점화 가능성이 달러-원 환율을 1,430원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 맞대응 발언이 환율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연휴 기간 엔화 약세도 원화 절하 압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번 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과 미국 셧다운 상황, 그리고 APEC 정상회의 결과가 환율 변동성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이번 주(13~17일) 달러-원 환율이 1,430원대로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말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대응해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양국 간 관세 전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안전 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하여 원화 가치 추가 절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미중 관세 갈등 격화, 환율 상단 제한 요인
트럼프 대통령의 100% 추가 관세 부과 발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직접적인 맞대응으로 해석됩니다. 중국은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중국산 희토류가 포함되거나 중국의 정제·가공 기술을 이용한 경우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통제 범위를 확대하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기존 관세에 100% 추가 관세와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실제 시행 시기는 11월 1일로 유예하며 도발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연휴 간 엔화 약세, 달러-원 환율 상승 압력 가중
지난주 추석 및 한글날 연휴로 단 하루만 거래된 달러-원 환율은 연휴 기간 중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통화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상승했습니다. 달러 인덱스가 99.4선까지 오르며 강세를 보이자, 달러-원은 1,420원대로 갭 상승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후보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엔화 가치가 폭락했습니다. 연휴 사이 달러-엔 환율은 147엔대에서 153엔대까지 급등했습니다.
이러한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일 외환 시장에서는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달러 매도)이 상당량 출회되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원 넘는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달러-원의 추가적인 급등은 다소 제한되었습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이러한 상승 압력은 다시 거세질 전망입니다.
APEC 회의 변수와 당국의 개입 가능성
이번 주 달러-원 환율은 불확실성의 늪에서 상단을 높여가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수위가 완화될 수 있을지가 주목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APEC 회담에 참석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내비치며 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시사한 바 있습니다.
미중 갈등 재점화 우려는 뉴욕 증시의 급락세로 이어졌으며, 이는 국내 코스피 시장 조정 또한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나스닥종합지수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미중 관세 전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입니다. 이러한 시장 불안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팔자' 기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율이 1,430원대로 올라서면 수출 기업들의 네고 물량이 추가로 나올 수 있지만, 미중 관세 전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 기업들이 관망세를 보일 여지도 있습니다. 또한, 최근 발표된 9월 말 외환보유액이 한 달 사이 57억 달러 증가한 것은 외환 당국이 그동안 환율 급변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이 상승한다면, 당국의 경계심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기적 베팅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외환 당국은 변동성 관리를 위해 미세 조정을 포함한 개입에 나설 수 있습니다.
한편, 최근 일본 내 정치적 상황 변화로 엔화 가치가 일부 회복되었으나, 원화가 엔화를 따라 동반 강세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셧다운 장기화 속 파월 의장 발언 주목
미국 내에서는 임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연방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이미 인력 감축이 시작되었다고 밝히며, 약 4,100명의 공무원이 해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요 경제 지표 발표 불확실성과 연준 통화정책 방향
이러한 셧다운 상황과 미중 갈등 재점화 우려 속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이 이번 주 시장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파월 의장은 14일(미국 시간)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례 회의에서 '경제 전망과 통화 정책'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입니다. 셧다운 장기화 가능성과 새롭게 불거진 지정학적 위험 요소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놓을지가 주목됩니다.
- 10월 13일 (미국): 채권 시장 휴장 (콜럼버스의 날)
- 10월 14일 (미국):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설 (NABE 연례 회의)
- 10월 15일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예정 (셧다운 시 발표 불투명)
- 10월 15일 (미국): 베이지북(Beige Book) 발표
- 10월 16일 (미국):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실업수당청구건수 발표 예정 (셧다운 시 발표 불투명)
이번 주에는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주요 경제 지표 발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셧다운이 지속될 경우 이러한 지표들이 제때 발표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크리스토퍼 월러,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 등 다른 연준 당국자들의 발언도 예정되어 있어, 이들의 발언이 시장에 방향타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