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6-04-09 | 수정일 : 2026-04-09 | 조회수 : 1000 |

[서평] '지상에서 가장 슬픈 약속', 죽음 앞에서 피어난 삶의 숭고함
리처드 힐러의 장편소설 '지상에서 가장 슬픈 약속'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의 비극을 넘어, 남겨진 이들을 위한 숭고한 책임감과 삶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감정의 절제된 문체와 '약속'이라는 제목이 지닌 이중적 의미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올해 7월, 1992년 번역 출간되었던 리처드 힐러(Richard Hiller)의 소설 '지상에서 가장 슬픈 약속'이 다시금 독자들의 곁을 찾아왔습니다. 2000년대 초반, '금요 독서포럼'에서 소개된 이 작품은 단순한 비극을 넘어,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 남겨진 이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숭고한 책임감을 심도 있게 다루며 깊은 감동을 안겨줍니다.
"단순히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의 슬픔에 머물지 않다.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 *남겨진 이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숭고한 책임감을 심도 있게 다루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약속'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신파적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담백하고 절제된 문체입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남기는 편지와 가르침들은 지극히 구체적이면서도 감정의 과잉 없이 담백하게 그려집니다. 이러한 절제된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의 상황에 깊이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지닙니다. 만약 내가 주인공의 입장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만들며 독자 스스로 이야기에 동화되도록 이끕니다.
작품의 제목인 '약속'은 다층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는 '언제나 너와 함께하겠다'는 영적인 약속입니다. 비록 육체는 떠나지만, 사랑과 기억 속에서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약속이죠. 다른 하나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하는 '슬퍼만 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겠다'는 생존의 약속입니다. 이는 슬픔을 극복하고 삶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아버지의 부재를 딛고 성장하겠다는 다짐입니다.
소설은 거창한 철학이나 이상 대신, 삶의 소소한 기술과 일상에 대한 찬사를 담고 있습니다. 자전거 타는 법, 요리하는 법, 타인과 인사하는 법 등 사소하지만 삶의 근간을 이루는 가르침들이 등장합니다. 이는 '삶이란 거대한 대의가 아니라 사소한 일상의 연속'임을 강조하며, 아버지가 떠난 빈자리를 이러한 일상의 습관과 기억들이 채워주도록 설계합니다. 독자는 주인공과 함께 이러한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거창한 철학 대신 자전거 타는 법, 요리하는 법, 타인과 인사하는 법 등 소소한 기술들을 가르치는 장면. '삶이란 거대한 대의가 아니라 사소한 일상의 연속'임을 강조하며, 아버지가 떠난 빈자리를 그 일상의 습관들이 채워주도록 설계한다."
소설 속에서 규남은 단 한 달의 시간만 남았다면, 소중한 사람에게 어떤 '약속'을 남길까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질문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족애의 본질을 관통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소설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것은 수잔나와 제드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입니다.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던 수잔나는 부모님의 냉대와 정서적 빈곤 속에서 외로운 삶을 살다가, 거리의 화가이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제드를 만나게 됩니다. 세속적인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제드의 순수함에 매료된 수잔나는 자신의 공허한 삶을 채워줄 유일한 빛으로 그를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다가갑니다. 부유한 환경을 뒤로하고 제드의 초라한 삶 속으로 뛰어드는 과정은 수잔나에게 일종의 '해방'이자, 처음으로 사랑받는 느낌과 삶의 생동감을 배우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신분과 환경의 차이'라는 고전적인 갈등을 넘어,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완성됩니다. 가장 행복한 시기에 제드는 자신이 불치병(암)으로 곧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홀로 남겨질 수잔나가 겪을 고통을 걱정하며, 자신의 투병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수잔나가 다시 평범하고 밝은 삶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그는 모질게 이별을 고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보냄. 제드는 홀로 남겨질 수잔나가 겪을 고통을 걱정했다. 수잔나가 자신의 투병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녀가 다시 평범하고 밝은 삶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모질게 이별을 고하다."
처음에는 제드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수잔나는 결국 그의 진심을 알게 됩니다. 제드는 죽음 앞에서 수잔나에게 '내가 없어도 세상을 증오하지 말고, 네 삶을 끝까지 아름답게 살아내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며 영원한 이별을 맞이합니다. 죽음이라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벽 때문에 헤어졌지만, 제드는 그 이별을 '끝'이 아니라 수잔나가 더 강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계기'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별의 순간 제드가 보여준 숭고한 배려는 소설의 제목인 '지상에서 가장 슬픈 약속'이 왜 성립되는지를 가장 잘 설명해 줍니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약속'은 죽음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며, 우리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92년의 출간 이후에도 변치 않는 감동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이 작품은, 오늘날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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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컬처·경제 전문지로/ 결혼상담사 자격증 창업과정 /결혼정보회사 (주)두리모아 CEO/시니어 모델, /뮤지컬 배우/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철학 품격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