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F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운용자산(AUM)이 1,937조 원을 돌파했으며, 전체 운용사 10곳 중 7곳이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
- 금융감독원은 시장 변동성 확대와 대형사 쏠림 현상에 대비해 펀드 자금 유출입 동향 등 건전성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내 자산운용업계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주가지수 회복에 힘입어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기록했다. 비즈니스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산업 전반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동시에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당기순이익 3조 원 돌파…전년 대비 66.5% '껑충'
3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자산운용사 영업실적(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산운용사의 당기순이익은 총 3조 1,32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조 8,099억 원)과 비교해 1조 2,033억 원(66.5%) 급증한 수치로, 자산운용업계 역사상 가장 높은 실적이다.
영업이익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랐다.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은 3조 20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조 3,526억 원(81.1%)이 늘어났다. 이러한 호실적의 배경에는 증시 회복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가와 운용사들이 보유한 고유재산 운용 실적 호조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수수료 수익은 5조 4,989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24.7% 증가했으며, 증권투자손익은 전년(2,595억 원) 대비 3배 이상 폭증한 8,519억 원에 달했다.
ETF가 이끈 성장의 시대…순자산가치 71% 급증
이번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은 단연 ETF였다. 지난해 말 기준 ETF 순자산가치(NAV)는 297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말(173조 6,000억 원) 대비 무려 123조 5,000억 원(71.1%)이 늘어났다. 이는 전체 펀드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업계의 수익 구조를 개편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전체 운용자산(AUM) 역시 1,937조 3,000억 원을 기록하며 2,000조 원 시대를 목전에 두게 됐다. 이는 2024년 말(1,656조 4,000억 원)과 비교해 17.0% 증가한 규모다. 세부적으로는 펀드 수탁고가 241조 원(32.1%) 증가한 992조 원을 기록했으며, 투자일임계약고 역시 39조 9,000억 원(6.5%) 늘어난 945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펀드 수탁고의 가파른 증가는 공모펀드 시장 내 ETF의 위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적자 회사 비중 감소…산업 전반 건전성 회복
실적 개선은 소수 대형사에만 국한되지 않고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전체 507개 자산운용사 중 343곳이 흑자를 기록했으며, 흑자 회사 비율은 67.7%에 달했다. 반면 적자를 기록한 회사는 164곳으로 전체의 32.3% 수준이었다. 이는 전년도 적자 회사 비율이 42.7%였던 것과 비교하면 10.4%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중소형 운용사들의 경영 여건도 상당 부분 개선되었음을 시사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 증시의 견조한 상승 흐름과 ETF 투자 활황이 맞물리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운용 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수익성 강화와 더불어 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회사들의 재무 구조가 개선되는 등 건전성 지표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동 리스크와 대형사 쏠림…금융당국 "모니터링 강화"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향후 시장 변동성에 대비한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의 분쟁 장기화 우려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가와 금리 등 주요 시장 지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자산운용사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펀드 시장의 성장이 지나치게 ETF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도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힌다. 금감원은 "ETF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이 이뤄지다 보니 대형 운용사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운용사 간 실적 격차 확대와 점유율 확보를 위한 과당 경쟁이 시장의 질적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감독 방향과 시장 전망
금융감독원은 향후 자산운용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감독 및 제도 개선을 지속할 계획이다. 펀드 자금 유출입 추이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운용사의 재무 건전성 현황을 밀착 모니터링하여 시장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형사 위주의 시장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폐해나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의 실적 성장은 투자 패러다임이 직접 투자에서 ETF 중심의 간접 투자로 빠르게 전환되었음을 증명한 것"이라며 "다만 향후 금리 인하 시점과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라 자금 흐름이 변할 수 있는 만큼, 운용 역량 강화와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향후 생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금융당국 역시 투자자 편익 제고와 산업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