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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서평] 『한국에 없는 마을』, 한국 치매 돌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다

진재근 기자 (jinzao77@naver.com)


[서평] 『한국에 없는 마을』, 한국 치매 돌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다

진재근 기자 (jinzao77@naver.com)




최초 작성일 : 2026-03-12 | 수정일 : 2026-03-12 | 조회수 : 995


[서평] 『한국에 없는 마을』, 한국 치매 돌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다

핵심 요약
황교진 작가의 『한국에 없는 마을』은 한국의 치매 돌봄이 가족 희생이나 시설 격리에 국한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네덜란드 호그벡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치매 친화 마을 사례를 통해 ‘관리/격리’가 아닌 ‘공존/관계/일상’으로서의 치매 돌봄 모델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치매를 단순한 질환으로 보기보다 공간과 관계 속에서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의 문제로 재정의하며,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하드웨어적 모델 복제가 아닌 인식과 태도의 근본적인 변화임을 역설합니다.

[서평] 『한국에 없는 마을』(황교진, 디멘시아북스) - 치매를 앓아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동체를 찾아서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치매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적인 고민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치매 돌봄은 여전히 '가족의 헌신'과 '시설 격리'라는 좁은 틀에 갇혀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황교진 작가는 『한국에 없는 마을』이라는 책을 통해 치매를 앓는 사람들이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우리 사회에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을 담아냈습니다.

한국 치매 돌봄의 ‘임계점’과 ‘다른 선택지’ 🚀

황교진 작가의 『한국에 없는 마을』은 한국의 치매 돌봄 현실이 ‘가족의 희생’과 ‘시설 입소’라는 두 가지 경로로 지나치게 수렴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책은 치매 진단 이후 개인의 일상이 급격히 좁아지고, ‘누가 어디서 돌볼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가족들이 겪는 불안, 죄책감, 경제적 부담을 ‘임계점’에 이른 사회적 문제로 진단합니다. 이러한 현실 진단은 저자가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동기가 됩니다.

이 책은 네덜란드의 ‘호그벡(Hogeweyk)’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실제 운영되고 있는 ‘치매 마을(커뮤니티 모델)’ 사례들을 소개하며, 치매를 단순히 ‘관리’나 ‘격리’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공존’, ‘관계’, ‘일상’의 문제로 재정의할 것을 제안합니다. 결국 이 책이 궁극적으로 묻는 것은 “왜 한국에는 이러한 마을이 없는가”이며,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태도를 변화시켜야 할지에 대한 성찰을 독자에게 되돌려줍니다.

핵심 논지: 공간과 관계 속에서 ‘사람다움’ 찾기

『한국에 없는 마을』의 핵심 논지는 “치매는 단순히 약과 치료로 해결되는 질환이 아니라, 어떤 공간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게 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명확한 선언에 가깝습니다. 책은 ‘요양시설이냐, 재가돌봄이냐’와 같은 기존의 선택지를 넘어, 시설 중심 돌봄의 한계와 마을 기반 돌봄의 가능성을 면밀히 비교·분석합니다.

전 세계 치매 친화 마을 모델 탐구 🌍

이 책에서 소개하는 치매 친화 마을 사례들은 유럽, 북미, 아시아를 아우르며 그 폭이 매우 넓습니다. 프랑스의 ‘랑드 알츠하이머’, 네덜란드의 ‘호그벡’, 캐나다의 ‘빌리지 랭글리’, 덴마크의 ‘브리그후셋’, 노르웨이의 ‘카르페 디엠’, 일본 오무타(大牟田) 커뮤니티, 스코틀랜드의 ‘머더웰’ 치매 친화 도시 모델, 미국의 ‘글렌너 타운 스퀘어’, 호주의 ‘코롱지’, 싱가포르의 ‘니순’ 치매 친화 지구, 일본 후지사와시의 ‘그룬트비(Grundtvig)’, 영국의 ‘하모니아 빌리지’ 등 다채로운 실험들이 상세하게 펼쳐집니다.

💡 공간의 사회학과 사람 중심 케어
이 책은 치매 돌봄을 단순한 의료 서비스 차원이 아닌, ‘환경과 구조’의 문제로 접근합니다. ‘환자’가 아닌 ‘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딱딱한 흰 가운 대신 편안한 평상복을 입은 돌봄 인력과 담장 없는 마을이라는 철학을 통해 사람 중심의 케어 방식을 소개합니다.

다양한 공간적·사회적 실험들

소개되는 모델들은 각기 다른 접근 방식으로 치매인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합니다. 최초의 치매 마을로 알려진 네덜란드 ‘호그벡’은 마치 오래된 마을을 재현한 듯한 환경을 조성했으며, 1950년대 미국 소도시의 풍경을 본뜬 ‘글렌너 타운 스퀘어’는 익숙함과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영국 ‘하모니아 빌리지’는 도시 내 빈집을 리모델링하여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 창의적인 방식을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치매 시설을 단순히 ‘기피 시설’로 인식하는 우리 사회의 통념을 깨고, ‘미래의 나를 위한 인프라’로서 받아들여야 함을 강조합니다. 다만, 저자는 특정 모델의 ‘복제’보다는 한국 사회의 고유한 조건과 감수성 속에서 ‘무엇을 포기하지 않을 것인가’(존엄, 선택권, 관계, 일상)를 먼저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저자 황교진, ‘영 케어러’의 경험과 건축적 통찰 ✍️

『한국에 없는 마을』의 저자 황교진 씨는 건축공학을 전공했으나, 대학 시절 어머니의 뇌출혈을 시작으로 20년간 홀로 간병을 감당한 ‘영 케어러(Young Carer)’ 출신입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은 그가 치매, 돌봄, 정책, 현장을 깊이 있게 기록하게 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현재 그는 치매 공감 전문 언론인 〈디멘시아뉴스〉의 편집국장으로 활동하며, 오랜 가족 돌봄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통찰을 담은 글을 써왔습니다.

황교진 작가는 "우리는 모두 인생의 마지막에 치매를 겪는다"는 자각에서 책을 시작하며,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돌봄 경로인 '가족의 희생 혹은 시설 격리'가 유일한 해법인지 묻습니다.

저자가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책은 〈디멘시아뉴스〉 연재를 기반으로 단행본화되었으며, 해외의 치매 마을이나 도시들을 직접 방문하기보다는 건축회사의 공식 자료, 연구 및 정책 문헌 등 자료 기반의 비교·구조 분석에 강점을 두고 기획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장 르포의 생생함보다는 체계적인 분석과 구조적 이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인용으로 본 ‘치매 마을’의 철학 🗣️

책 속 인용문들은 ‘치매 마을’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가치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주요 발췌 및 해석

"사람들은 평범한 집에서 살기를 바랐어요. 병동에서 살고 싶어 한 이는 아무도 없어요." (50쪽)
이는 질병의 유무와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일상을 영위하고 싶어 하는 근본적인 욕구를 지적하며, 현재의 병원 중심 시설 돌봄의 한계를 꼬집습니다.

"호그벡의 철학은 ‘환자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다." (63쪽)
의료적 처치보다 그 사람의 취향, 역사,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 돌봄의 핵심임을 강조합니다. 이는 ‘치료’ 중심에서 ‘생활’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합니다.

"치매는 모두의 비즈니스(Dementia is everybody’s business)" (162쪽)
스코틀랜드 머더웰의 사례를 통해 치매 돌봄이 특정 가족의 짐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상점, 기업 등 공동체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사회적 과제임을 일깨워줍니다.

"치매 마을이 우리 동네에 들어온다면, 그것을 ‘피해야 할 시설’이 아니라 ‘미래의 나를 위한 인프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311쪽)
님비(NIMBY) 현상을 넘어, 우리 모두가 잠재적인 치매 당사자임을 인지하고 공동체의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실천적 질문을 던집니다.

"한국에 필요한 것도 '한국형 호그벡'이라는 복제물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조건과 감수성 속에서 토착화하는 새로운 상상일 것이다. 그 출발점은 거창한 단지가 아니라, 한 동네의 태도 변화일 수도 있다." (에필로그 중)
하드웨어적 건축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치매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과 관계의 변화임을 강조합니다. ‘어떤 시설을 만들까’가 아니라 ‘우리는 치매인을 어떤 존재로 대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야, 마을도 제도도 지속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함께 사는 삶’을 위한 질문과 제언 💡

『한국에 없는 마을』은 단순히 해외의 ‘좋은 시설’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아 보이는 사례’들을 앞에 세워놓고, 한국의 현실을 향해 끊임없이 되묻습니다. 왜 우리는 치매를 ‘격리’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상상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안전’이라고 믿어 왔으며, 그 안전의 대가로 우리는 무엇을 잃었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책의 정서적 밀도를 높입니다.

동시에 이 책은 문장이 감정 과잉으로 흐르기보다는 ‘공간과 구조’라는 단단한 언어로 버틴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는 저자가 건축공학을 전공한 배경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 향후 전망 및 리스크
한국 사회에서 ‘치매 친화 마을’과 같은 새로운 돌봄 모델을 도입하는 데에는 여러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토지 확보, 초기 설립 비용, 지역 주민의 수용성 문제, 그리고 기존 복지 시스템과의 연계 방안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또한, 해외 모델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특성과 문화에 맞는 ‘토착화’ 과정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전반의 인식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 책이 추천하는 대상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독자들에게 특히 유익할 것입니다.

치매 부모님을 돌보고 있거나 돌봄을 앞둔 가족들

노인 복지 및 주거 정책을 설계하는 정책 입안자 및 사회복지사

인간 중심의 공간 디자인을 고민하는 건축가 및 디자이너

자신의 노후를 주체적으로 준비하고자 하는 모든 시민

치매 돌봄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제언

첫째, 이 책은 치매 돌봄을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사회가 함께 합의해야 하는 ‘삶의 구조’로 다시 놓습니다. 이를 통해 ‘요양원 vs 재가’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존엄, 선택권, 관계, 일상을 어떤 방식으로 지켜나갈지에 대한 질문을 새롭게 던지게 합니다.

둘째, 해외 사례를 ‘동경의 대상’으로만 소비하는 것을 넘어, 한국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마을’이라는 물리적 대상인지, 혹은 그 마을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 구성원의 태도와 공동체적 책임인지까지 심도 깊게 질문합니다.

셋째, “한국에 없는 마을”이라는 제목은 도발적이지만, 책이 던지는 결론은 결코 차갑지 않습니다. 핵심은 ‘희생을 요구하는 돌봄’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한 ‘설계’(관계, 공간, 정책의 유기적 연결)에 있으며, 그 설계의 가능성은 이미 세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자의 20년간의 간병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초고령사회를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에게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필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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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근 기자

(jinzao77@naver.com)

책사인중모(책을사랑하는인천중구모임) 대표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 사무국장

한국민들레작은도서관 운영위원장

신포동 주민자치회 마을환경분과위원회 위원

전) 늘편한요양원 관리책임자

전) 송파노인종합복지관 노인돌봄사업 서비스관리자

전) 요한노인복지센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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